2026-11-07 13:58:15
태국 방콕의 밤하늘에 한국 게임을 대표하는 캐릭터 ‘포링’이 떠올랐다.
지난 6일 저녁, 방콕을 가로지르는 차오프라야강에서는 조금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한국 게임기업 그라비티가 글로벌 게임 페스티벌 ‘라그나로크 페스타 2026’의 개막을 앞두고 마련한 전야제 ’게더링 나잇(Gathering Night)’이다.
행사 장소는 방콕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를 운항하는 노아 크루즈였다. 세계 각국에서 모인 게임 관계자와 미디어, e스포츠 관계자들은 강 위에서 라그나로크라는 하나의 게임 IP를 중심으로 교류했다.
특히 밤하늘을 수놓은 드론쇼와 불꽃놀이는 이날 행사의 백미였다. 라그나로크를 상징하는 포링이 드론으로 구현되고, 게임을 사랑해 온 글로벌 팬들에게 감사의 메시지가 전달됐다.
이날 행사가 더욱 인상적인 이유는 단순히 화려한 연출 때문만은 아니다. 20년 넘게 서비스를 이어온 한국 게임이 여전히 해외에서 독자적인 글로벌 축제를 개최할 만큼 강력한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20년 넘은 한국 게임, 동남아시아에서는 여전히 현역
2002년 서비스를 시작한 ‘라그나로크 온라인’은 한국 온라인게임의 해외 진출 역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국내에서는 한때 큰 인기를 누렸던 추억의 온라인게임으로 기억하는 이용자도 적지 않다. 그러나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라그나로크는 단순한 추억의 게임에 머물지 않는다.
그라비티는 원작을 기반으로 다양한 모바일게임과 후속작, 파생 콘텐츠를 선보이며 IP의 수명을 연장해 왔다. 원작의 세계관과 캐릭터를 활용하면서도 플랫폼과 이용자층을 확장하는 전략이다.
이번 라그나로크 페스타는 이러한 전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행사다.
게임 출시 초기의 이용자뿐 아니라 새로운 작품을 통해 유입된 이용자, e스포츠 선수, 콘텐츠 창작자와 사업 관계자들이 하나의 IP를 중심으로 모인다.
하나의 게임이 오랜 기간 사랑받는 것도 쉽지 않지만, 그 게임을 중심으로 새로운 작품과 커뮤니티, 오프라인 행사가 지속적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은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라그나로크가 단순한 장수 게임을 넘어 장수 IP로 평가받는 이유다.

차오프라야강 위에서 열린 특별한 전야제
6일 열린 게더링 나잇은 일반적인 게임 행사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방콕의 야경을 배경으로 운항하는 크루즈에서 참가자들은 식사와 함께 교류하는 시간을 가졌다. 행사에서는 글로벌 e스포츠 대회의 대진 추첨과 미니게임 등도 마련됐다.
무엇보다 눈길을 끈 것은 드론쇼였다.
라그나로크의 대표 캐릭터 포링이 방콕의 밤하늘에 등장했고, 이어 화려한 불꽃놀이가 펼쳐지면서 축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게임 속에서 익숙하게 보아왔던 캐릭터가 현실의 밤하늘에 등장하는 장면은 게임 IP가 오프라인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이는 게임 이용자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동시에, 게임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IP를 알릴 수 있는 방식이다.
특히 관광산업이 발달한 방콕이라는 도시의 특성과 게임 콘텐츠를 결합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글로벌 e스포츠와 신작 체험…라그나로크의 현재와 미래
7일 방콕 엠스피어 몰의 UOB 라이브홀에서 열리는 ‘라그나로크 페스타 2026’ 본행사는 e스포츠와 신작 체험, 공연 등으로 구성된다.
행사장의 테마는 게임 속 항구도시 알베르타를 모티브로 한 ’멜로디 오브 알베르타(Melody of Alberta)’다.
글로벌 e스포츠 대회는 ‘라그나로크 스타즈 2026(ROS 2026)’, ‘라그나로크 클래식 챔피언십 2026(RCC 2026)’, ‘라그나로크 랜드버스 챔피언십 2026(ROLC 2026)’ 등 3개 종목으로 진행된다.
총상금은 약 18만5,000달러 규모다.
행사장에서는 ‘라그나로크 온라인 3’, ‘라그나로크: 더 뉴 월드’ 등 주요 신작을 비롯해 총 25종의 라그나로크 IP 타이틀을 만날 수 있는 체험 공간도 마련된다.
이와 함께 이용자들이 직접 제작한 상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크리에이터존, 코스프레와 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됐다.
이러한 구성은 그라비티가 라그나로크를 단일 게임이 아닌 하나의 IP 생태계로 육성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의 인기 게임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작품을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이용자 커뮤니티와 e스포츠, 오프라인 이벤트를 결합해 IP의 접점을 넓히려는 것이다.
한국 게임산업에 던지는 메시지…중요한 것은 IP의 생명력
한국 게임산업은 오랫동안 새로운 흥행작을 만들어내는 데 집중해 왔다.
물론 새로운 게임의 성공은 중요하다. 그러나 이미 성공한 게임 IP를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가 역시 산업 경쟁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는 하나의 인기 IP가 게임과 애니메이션, 영화, 캐릭터 상품, 공연 등으로 확장되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라그나로크 역시 이러한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물론 장수 IP라는 이유만으로 미래의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파생작이 출시되는 만큼 작품별 완성도와 이용자 만족도를 유지하는 과제도 남아 있다.
기존 이용자들의 향수에 지나치게 의존하거나 유사한 게임을 반복적으로 선보일 경우 브랜드 가치가 희석될 위험도 있다.
그럼에도 20년 넘은 한국 게임 IP가 해외에서 독자적인 글로벌 축제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은 충분히 주목할 만하다.
이는 한국 게임의 경쟁력이 반드시 최신 기술이나 새로운 대작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오랫동안 축적된 이용자 경험과 캐릭터, 세계관, 커뮤니티 역시 중요한 산업적 자산이다.

방콕에서 확인한 한국 게임의 또 다른 가능성
한국 게임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평가할 때 흔히 매출 순위나 다운로드 수, 동시접속자 수에 주목한다.
그러나 게임 IP의 진정한 경쟁력은 숫자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한 게임을 얼마나 오랫동안 기억하는지, 새로운 세대의 이용자가 계속 유입되는지, 그리고 게임을 넘어 다양한 문화적 경험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방콕의 차오프라야강을 수놓은 포링의 모습은 상징적이다.
한국에서 탄생한 게임 캐릭터가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태국의 밤하늘에 등장하고, 글로벌 게임 관계자들이 그 캐릭터를 중심으로 하나의 축제를 만들어냈다.
그라비티의 ‘라그나로크 페스타 2026’은 한국 게임 IP가 해외 시장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한국 게임산업이 앞으로 고민해야 할 것은 단순히 다음 흥행작을 만드는 일이 아니다. 이미 만들어낸 성공을 어떻게 10년, 20년, 나아가 그 이상 지속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다.
방콕의 밤하늘에 떠오른 포링은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을 보여주고 있었다.

김성태 / mediatec@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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