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1-02 09:57:14
검이 번뜩인다. 조각들이 우수수 떨어져 내린다...... 어느 해적들의 레스토랑 경영 이야기다.
사람도 있다. 음식 솜씨도 있다. 심지어 커다란 배도 가지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합법적으로 돈을 버는 것이다. 이것은 원피스의 해적들이 최고의 레스토랑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조금은 색다른 이야기다.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해적 생활을 오래 했지만 레스토랑 경영은 처음이다. 그리고 어쩌다 보니 나는 이 레스토랑의 매니저가 됐다. 잘리지 않으려면 잘 해야 한다.

- 어쩌다 해적들의 레스토랑에서 일하게 됐을까
원피스는 해적들의 이야기다. 보물을 찾아 모험을 떠나고, 수많은 적들과 싸우며, 결국 해적왕을 목표로 한다. 그런데 이들이 레스토랑을 운영한다면 어떨까.
사실 크게 이상할 것도 없다. 원피스에는 '발라티에'라는 해상 레스토랑이 존재하고, 밀짚모자 일당에는 요리를 전문적으로 하는 상디가 있다. 심지어 루피는 먹는 것이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정도다. 이 정도면 레스토랑을 운영할 만한 조건은 충분한 셈이다.
반다이남코 엔터테인먼트에서 출시한 ‘원피스 그랜드 레스토랑(이하 그랜드 레스토랑)’은 바로 이러한 발상에서 시작된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익숙한 원피스의 세계관을 활용했지만 이번에는 모험이나 전투가 아닌, 조금 다른 즐거움을 추구한다.
게임의 시작은 조금 독특하다. 어느 날 가짜 발라티에가 등장했다. 형편없는 음식을 비싼 가격에 판매하며 진짜 발라티에의 명성까지 떨어뜨리는 참혹한 사건에 일행은 분노를 금치 못한다.
결국 이를 해결하기 위해 루피와 상디가 나섰다. 그런데 이들의 선택은 조금 특이했다. 가짜 레스토랑을 무력으로 없애는 것이 아니라, 직접 새로운 레스토랑을 만들어 경쟁하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발라티에 2호점'이다.
목표는 정해졌다. 최고의 레스토랑을 만들어 가짜 발라티에를 뛰어넘는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 매니저로 들어온 것이 바로 게이머다.
어차피 직원이니 시키는 일만 하면 된다. 상디가 요리를 만들고, 루피와 동료들이 있으니 크게 어려울 것도 없어 보인다……. 일 텐데 실제로는 결코 행복한 결말이 아니다. 이 사람들, 의외로 장사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별로 없다. (망했다.)

- 해적에게도 어려운 일이 있다. 반드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음식도 만들어야 하고, 손님도 모아야 한다.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고 레스토랑도 확장해야 한다. 이것저것 신경 써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다행히 상디가 있다. 요리 자체는 그에게 맡기면 된다. 문제는 아무리 뛰어난 요리사가 있어도 재료가 없다면 음식을 만들 수 없고, 손님들이 언제나 같은 음식만 원하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결국 재료를 구하고, 메뉴를 개발하고, 손님들의 취향까지 고려해야 한다. 심지어 새로운 재료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모험을 떠나야 한다. 바다에서 벌어지는 모험이 아니라 레스토랑을 위한 모험이다.
이러한 부분이 그랜드 레스토랑의 특징이다. 경영 게임이라는 형태를 따르지만 원피스 특유의 모험 요소와 캐릭터들을 적절히 활용해 차별화를 시도한다. 경영 시뮬레이션에 원피스를 넣은 것이 아니라 원피스 안에 경영 시뮬레이션을 넣었다. 비슷해 보이지만 결과물은 완전히 다르다.

기본적인 운영 방식도 생각보다 재미있다. 새로운 재료를 확보하면 요리를 만들 수 있고, 개발한 요리들을 조합해 다양한 세트 메뉴를 구성하는 것도 가능하다. 손님들이 좋아하는 메뉴를 준비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얻는다.
당연히 장사가 잘되면 레스토랑의 규모도 커진다. 새로운 시설을 만들고 더 많은 손님을 받을 수 있다. 결국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면서 작은 레스토랑을 점차 성장시켜 나가는 것이다. 단순히 레스토랑이 커지는 것이 아니라 ‘밀짚모자단’과 함께 상대 가게를 쳐부수는 대 서사시다.
그만큼 처음에는 조금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익숙해지면 의외로 어렵지 않다. 엄청난 경영 지식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어려운 계산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보다는 무엇을 먼저 할 것인지, 그리고 어떠한 방식으로 레스토랑을 성장시킬 것인지가 중요하다.
무엇보다 작은 가게가 조금씩 발전하는 모습을 보는 즐거움이 상당하다. 사실 이러한 형태는 '카이로소프트'의 게임을 즐겨 본 사람이라면 상당히 익숙할 만하다.
그랜드 레스토랑 역시 카이로소프트 특유의 경영 스타일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다. 여기에 원피스의 소재를 활용해 지금까지와는 결이 다른 즐거움을 만들어 냈다.
그만큼 어느 정도 적응하면 제법 능숙하게 레스토랑을 운영할 수 있다. 그리고 해적은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난 해적인가?)

- 손님이라고 모두 평범한 것은 아니다
그랜드 레스토랑에는 무려 400명이 넘는 원피스 캐릭터가 등장한다. 원작에서 친숙했던 인물들뿐 아니라 과거에 적으로 등장했던 인물들까지 만날 수 있다.
평소라면 목숨을 걸고 싸웠을 인물들이지만 이곳에서는 손님이다. 아무리 싫은 사람이라도 레스토랑에 음식을 먹으러 왔다면 일단 대접해야 한다. 이것이 자본주의의 무서운 현실이다.
무엇보다 이들은 모두 저마다 좋아하는 음식이나 분위기가 있다. 이를 충족시키면 단골손님이 되기도 하고, 특정 캐릭터들 사이에서 특별한 이벤트가 발생하기도 한다.
원작의 팬이라면 상당히 매력적인 요소다. 익숙한 인물들이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하고, 때로는 원작에서 볼 수 없었던 장면까지 연출되기 때문이다.
내가 원하는 대로 인테리어를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해적들에게 맡긴다면 어디선가 커다란 상어 머리를 가져와 전시할 수도 있다. 가게가 망하지 않으려면 당연히 내가 해야 한다.

-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 일반인의 대 서사시, 과연 레스토랑은 성공했을까
그랜드 레스토랑은 엄청난 경영 전략을 요구하는 게임이 아니다. 선택을 잘못했다고 해서 사업이 망하거나, 복잡한 계산을 통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야 하는 경우도 많지 않다. 그만큼 경영 자체의 깊이도 상대적으로 얕은 편이다.
어려운 상황을 해결하는 즐거움보다는 레스토랑을 키워 나가는 즐거움이 강하다. 전문적인 요소를 원한 사람에게는 아쉬움이 있을 수도 있지만 원피스 IP와 함께 하는 만족감이 상당히 좋다.
물론 단점들이 제법 있기는 하다. 아기자기한 도트 비주얼은 경우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고, 정보량이 많아짐에도 불구하고 불편한 인터페이스가 지루함을 유발하기도 한다.
스위치2 버전임에도 30프레임으로 동작한다는 점 역시 아쉽다. 게임 자체가 상당한 사양을 요구하지 않음에도 말이다. 다만 이는 발매된 모든 플랫폼이 동일한 상황이기에 스위치2 버전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럼에도 이 게임은 충분히 할 가치가 있다. 특히나 원작 IP를 좋아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지금까지의 원피스 게임들이 전투와 모험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다면 이번 작품은 음식과 경영이라는 소재를 선택했고, 이러한 선택이 생각보다 잘 어울린다.
무엇보다 기존의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들과 달리 원피스의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특히나 복잡한 조작이나 어려운 경영을 요구하지 않는 만큼 가볍게 즐기기에도 좋은 작품이다. 여기에 가격도 매우 저렴하다. 스위치2 뿐만 아니라 스위치 버전도 판매중이다.
과연 이 해적들의 레스토랑은 성공적으로 굿 엔딩을 맞이했을까. 일단 저들만으로 성공할 것 같지는 않다. 절대로.
모든 것은 당신의 손에 달렸다.

김은태 / desk@gameshot.net
게임샷 기사는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2.0 대한민국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