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만과 행정 부재로 무너진 '쿠키런'...유저 신뢰 '외면'   도로 통제 불허 감춘 데브시스터즈

2026-10-22 14:40:25


게임사가 개최하는 오프라인 행사는 더 이상 단순한 일회성 마케팅 수단에 그치지 않는다. 모니터 너머의 가상 세계에 머물던 이용자들을 현실 공간으로 불러내 결속력을 다지고, 게임 브랜드의 사회적 가치를 확장하는 핵심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잘 만든 행사는 팬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하며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지만, 미숙한 운영과 불통으로 점철된 행사는 도리어 게임의 존립을 흔드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기도 한다.

 

이러한 부작용을 극명하게 보여준 반면교사가 바로 데브시스터즈가 추진했던 '용감한 쿠키RUN in 서울'이다. 쿠키런 10주년을 기념하는 대형 오프라인 축제의 일환으로 개최될 예정이었던 이 마라톤 대회는 행사를 불과 열흘 앞두고 돌연 전면 취소되며 유저들에게 거센 배신감을 안겼다. 오랜 시간 공들여 준비한 팬들의 기대감을 한순간에 무너뜨린 행정력 부재의 극치였다.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사측이 취소 사유를 타 레이스 대회의 안전 사고 탓으로 돌리며 책임을 회피하려 했다는 점이다. 공식 안내문에서는 최근 발생한 타 마라톤 대회의 안타까운 사망 사고와 도심 안전 우려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실제로는 해당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이미 관할 광진경찰서로부터 '공익성 부족에 따른 교통 통제 불가' 통보를 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자신들의 행정적 미숙과 준비 실패를 다른 비극적인 사고의 핑계 뒤로 은폐하려 한 기만적인 태도가 드러난 셈이다.

 

유저들의 분노를 더욱 부채질한 것은 개최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지한 상태에서도 보여준 사측의 파렴치한 행태였다. 행사 주최 측은 경찰로부터 도로 통제 불허 조치를 전달받아 정상적인 마라톤 진행이 원천적으로 막혔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유저들에게 숨긴 채 추가 참가자 모집을 강행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더욱 큰 실망감을 안겼다.

 


 

이와 대조적으로 최근 게임업계에서 주목받은 긍정적 시도는 넥슨의 서브컬처 게임 블루 아카이브가 개최한 '키보토스 런 2026'이다. 서비스 4.5주년을 기념해 지난 6월 하남 미사경정공원에서 열린 이 행사는 게임사가 주도한 최초의 대규모 오프라인 기부 러닝 이벤트라는 점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평소 야외 활동과 거리가 멀다는 편견이 있는 서브컬처 팬덤을 광장으로 이끌어내 함께 땀 흘리며 달리는 건강한 문화를 조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대회는 무더운 초여름 날씨와 첫 개최에 따른 일부 운영상의 미비점에도 불구하고 이용자들의 뜨거운 호응 속에 마무리되었다. 총괄 개발진을 비롯한 주요 관계자들이 유저들과 함께 5km 코스를 직접 완주하며 진정성 있는 소통의 자세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행사를 통해 얻은 수익금을 전액 사회에 기부하는 등 게임의 긍정적인 사회적 인식을 확산시키는 데도 크게 기여하며 이색적인 서브컬처 오프라인 행사의 모범 선례를 남겼다.

 


 

글로벌 흥행작 원신의 '원신 숲 프로젝트' 역시 오프라인 행사가 사회적 기여로 연결된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호요버스는 지난 9월 이용자 참여형 걷기 이벤트를 통해 전 세계 유저들의 걸음 수를 모으는 대형 캠페인을 전개하여 약 63억 걸음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가상 세계에서의 플레이가 현실 세계의 탄소 저감과 녹지 조성이라는 거대한 공익적 가치로 치환되는 순간이었다.

 

온라인 캠페인에 그치지 않고 오프라인 봉사활동으로 이어진 이용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100여 명의 유저들이 자원봉사자로 신청해 서울 양화한강공원에 조팝나무와 매화나무 등 총 4,010그루를 직접 심는 땀방울을 흘렸다. 이 활동의 결과로 조성된 '원신 숲'은 단순한 일회성 행사의 흔적이 아니라, 시민 누구나 찾을 수 있는 도심 속 휴식 공간으로 개방되며 게이머들의 연대감과 자부심을 드높였다.

 

한국게임개발자협회 김성태 부회장은 "오프라인 행사는 가상 세계의 경험을 현실로 확장해 팬덤을 공고히 하는 강력한 무기이지만, 반대로 행정적 안일함과 유저 기만이 동반될 경우 쌓아 올린 브랜드 가치를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가장 날카로운 부메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며 "대회를 위해 차편과 숙소까지 예약하며 설렜던 팬들의 신뢰를 철저히 저버린 이번 사태는 있어서는 안될 일"이라고 말했다.​ 

김은태 /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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