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1-05 08:31:38
낚시는 대중적이면서도 독특한 취미다. 몇 시간 동안 아무것도 잡지 못할 수도 있고, 때로는 하루 종일 낚싯대만 바라보다 돌아올 수도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다시 낚시를 떠난다.
단순히 물고기를 잡는 것이 목적도 아니다. 물론 물고기가 걸렸을 때의 짜릿한 손맛도 중요하다. 하지만 낚싯대를 드리우고 자연을 느끼는 즐거움, 그리고 하지 않는 사람은 모르는 여유가 바로 낚시의 재미다. 심지어 아무것도 잡지 못했더라도 낚시를 떠났다는 사실 자체에 만족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실 낚시라는 소재는 게임으로 구현하기가 쉽지는 않다. 실제 낚시처럼 몇 시간씩 입질을 기다리게 할 수는 없고, 그렇다고 물고기가 무조건 잡히도록 만들면 낚시의 재미가 사라진다.
반면 게임이기에 가능한 일들도 있다. 현실에서는 쉽게 방문하기 어려운 낚시터를 찾아가고, 평소 만나기 힘든 물고기도 잡을 수 있다. 장비에 들어가는 비용이나 이동 시간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현실에서의 번거로움을 줄이고 낚시의 즐거운 부분만 집중적으로 경험하는 것이다.
이러한 낚시의 즐거움을 30년 가까이 연구하고 발전시켜 온 게임이 있다. 바로 ‘릴 피싱’ 시리즈다.

- 낚시만으로 30년
릴 피싱의 역사는 1996년 플레이스테이션으로 발매된 ‘피시 아이즈’에서 시작된다. 이듬해 북미에서 ‘릴 피싱’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이후 다양한 게임기를 통해 후속작들이 연이어 출시됐다.
초창기 작품은 실제 낚시터와 비슷한 환경을 구현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사실적인 영상과 자연의 소리, 그리고 물고기를 낚아 올리는 과정에 집중했다. 단순히 얼마나 많은 물고기를 잡았는가를 넘어 실제 낚시를 즐기는 듯한 느낌을 제공하는 데 중점을 뒀다.
시간이 지나면서 낚시 게임의 모습도 조금씩 달라졌다. 대표적인 것이 2019년 출시된 ‘릴 피싱 로드 트립 어드벤처’다. 기존의 낚시 시스템에 RPG 요소와 스토리를 더해 낚시에서 낚시 여행으로의 전환을 꾀했다.
이러한 변화는 실제 낚시의 즐거움과 닮아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낚시는 단순히 물고기를 잡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 낚시를 떠나는 순간부터 집에 돌아오는 과정까지가 바로 낚시 여행이다. 풍경을 감상하고 요리를 하고 이러한 모든 것이 낚시 여행을 완성하는 것이다.
2024년 10월 출시된 시리즈의 16번째 작품 ‘릴 피싱 데이즈 오브 서머(이하 데이즈 오브 서머)’는 이러한 전작의 방향성을 더욱 발전시킨 게임이다.
스위치와 PS4, PS5를 비롯해 해외에서는 Xbox Series X|S로도 발매됐으며 PC로도 출시된 이 작품은 단순한 낚시 게임이라기보다 낚시를 중심으로 한 어드벤처 게임에 가까운 형태로 변화했다. 특히나 이번에는 마음 맞는 친구들과 특별한 여행을 떠난다는 설정으로 독특함을 더했다.

- 역시 낚시는 친구들과 함께 해야 제맛이다
대학 생활의 마지막 여름. 세 명의 친구가 휴양지로 여행을 떠난다. 목적은 간단하다. 좋아하는 낚시를 마음껏 즐기면서 대학 생활의 마지막 추억을 만드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꿀 만한 일이다. 멋진 풍경을 배경으로 친구들과 낚시를 즐기고, 저녁에는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누가 더 큰 물고기를 잡았는지 자랑하는 것도 즐겁다.
적당한 장소를 찾아 낚싯대를 던지고 물고기가 미끼를 물기를 기다린다. 입질이 오면 타이밍에 맞춰 바늘을 걸고, 본격적인 힘겨루기가 시작된다.
물고기를 끌어올리는 과정에서는 스태미나를 고려해 릴을 감아야 하고, 녀석이 수면 위로 뛰어오를 때는 QTE 방식의 조작도 필요하다. 성공하면 물고기를 빠르게 끌어올릴 기회를 얻지만 실패하면 애써 잡은 물고기를 놓칠 수도 있다.
실제 낚시를 복잡하게 재현하기보다는 물고기를 낚는 긴장감과 손맛을 간결한 조작으로 표현했다. 전문적인 낚시 지식이 없어도 즐길 수 있지만 적절한 판단과 조작이 어느 정도 필요한 방식이다.

그렇게 하나둘 물고기를 잡다 보니 욕심이 생긴다. 조금 더 큰 녀석을 잡고 싶은데 지금의 장비로는 쉽지가 않다. 아, 그러고 보니 같이 온 친구 중에 이런 일을 잘하는 녀석이 있다.
이 게임은 서로 다른 특기를 가진 세 캐릭터를 번갈아 사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친구들은 각각 낚시와 장비 제작, 요리에 저마다 강점이 있고, 상황에 맞춰 캐릭터의 능력을 활용하는 것이다.
장비 제작은 숙소의 크래프트 기능을 이용한다. 낚시를 통해 얻은 소재로 새로운 낚싯대와 릴, 루어를 만들거나 기존 장비를 강화할 수 있다. 캐릭터가 성장하면서 관련 스킬을 습득하면 제작할 수 있는 장비도 늘어난다.
한참 낚시를 즐기고 나니 슬슬 배가 고프다. 마침 요리를 잘하는 친구도 있다. 숙소의 키친에서는 상점에서 마련한 식재료를 이용해 다양한 음식과 간식을 만들 수 있다. 식사를 하면 스태미나나 경험치, 소재 획득량 등에 도움이 되는 효과를 얻으며, 휴대용 간식은 낚시 도중 체력을 회복하거나 릴을 감는 속도를 높이는 데 사용할 수 있다. 요리 관련 스킬을 성장시키면 새로운 메뉴도 만들 수 있다.
데이즈 오브 서머의 가장 큰 특징은 이 부분이다. 단순히 세 친구가 낚시를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강점을 활용해 여행을 이어간다. ‘나’ 혼자가 아니라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이어가는 느낌이 상당히 좋다.
- 즐기는 것뿐 아니라 보는 것도 중요하다
낚시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는 평소 방문하지 못했던 장소를 찾아가 새로운 물고기를 낚는 것이다.
실제로 낚시를 즐기면서 능력이 상승하면 더 힘든 곳, 혹은 가고 싶은 곳으로 발걸음을 돌리기 마련이다. 데이즈 오브 서머에는 14곳의 낚시터가 준비되어 있다. 아름다운 계곡과 호수, 열대 우림에서 바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소를 방문할 수 있으며, 물고기도 40종 이상 등장한다.
장소가 달라지면 당연히 어획할 수 있는 물고기에도 차이가 생긴다. 같은 낚시터에서도 포인트에 따라 대상 어종이 달라지기 때문에 원하는 물고기를 잡으려면 그에 맞는 장비를 준비해야 한다. 그만큼 낚싯대와 릴, 루어를 비롯한 낚시 도구 또한 50종 이상 준비되어 있다.
그렇다고 물고기만 잡으며 시간을 보내는 것은 아니다. 여행 도중 세 친구는 신비한 소년을 만나게 되고, 소년을 돕는 과정에서 원래 계획했던 여행과는 조금 다른 일들을 경험하게 된다.
이를 통해 다양한 의뢰와 이벤트가 등장하고, 특정 조건에 맞춰 낚시를 해야 하는 챌린지도 펼쳐진다. 때로는 새로운 장소를 찾아가고, 필요한 물고기를 잡기 위해 장비를 다시 준비해야 하기도 한다.
이러한 부분이 바로 일반적인 낚시 게임과는 다른 이 게임만의 차별성이다. 단순히 낚시 자체에 포인트를 주는 것이 아니라 보다 포괄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반대로 순수하게 피싱 자체만을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이 게임이 조금 맞지 않을 수도 있다.

- 스위치 2 에디션만의 특징이라면?
사실 이 게임은 기존에 발매됐던 작품을 스위치 2에 맞춰 개선한 버전이다. 리메이크 수준의 변화는 아니기에 이전에 다른 기종으로 구입한 적이 있다면 조금 메리트가 떨어지는 부분이 있기는 하다.
심지어 스위치로도 발매됐다. 하지만 정말 좋아하는 게임이라면 다시금 구입을 고려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만약 낚시 여행을 좋아하는데 아직 해 보지 않았다면 더더욱 그렇다.
스위치 버전과의 가장 큰 차이는 해상도와 프레임 레이트, 그리고 로딩 속도다. 스위치 2의 향상된 성능을 활용해 기존 스위치보다 선명하고 부드러운 화면을 제공하며, 로딩 시간도 단축됐다.
낚시 게임이라는 장르를 생각하면 이러한 변화는 제법 반갑다. 빠르게 움직이는 액션 게임과 달리 낚시는 물 위의 풍경과 주변 환경을 감상하는 시간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물론 비주얼의 변화 자체가 극적인 것은 아니다. 기본적인 그래픽 디자인과 배경 구성은 원작을 유지하고 있으며, 스위치 2의 성능을 활용해 기존 화면을 개선하는 방식이다. 최신 대작 게임과 비교할 만한 화려한 그래픽을 기대하기보다는 원작보다 쾌적해졌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마우스 기능을 활용한 ‘빙어 낚시’는 스위치 2만의 추가 요소다. 기존 낚시와는 다른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콘텐츠로, 조금은 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여기에 신규 낚시 도구와 추가 스토리, 의뢰까지 더해졌다. 스위치판을 보유하고 있다면 업그레이드 패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 휴대용 기기를 활용한 색다른 플레이
최근 스위치 2를 통해 과거의 작품들이 많이 발매되고 있다. 어찌 보면 상술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절대 이러한 부분은 아니다. 구매는 게이머의 결정이고, 필요가 없으면 구매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아직 게임을 즐기지 못한 이들에게는 상당히 반가운 소식일 수밖에 없다.
심지어 거치형 콘솔로 플레이했던 이들에게는 스위치 2의 최신 스펙을 활용해 휴대용 플레이 본연의 재미를 느낄 수도 있다. 집에서 하는 게임과 휴대용 기기로 하는 게임의 스타일은 다르다. 그리고 이 게임은 스위치 2에 상당히 잘 어울린다.
어디서든 할 수 있다는 장점은 확실히 크다. 출근 중에도, 누군가를 기다리는 중에도 가볍게 즐길 수 있다. 심지어 고수부지에 앉아서 한강을 보며 게임을 즐길 수도 있다. 어찌 보면 이것이 4D 게임 아닐까.
친구와 함께한다면 더더욱 게임의 느낌이 살아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어디선가 게임에 등장했던 그 신비한 소년이 나타날지도 모른다.

김은태 /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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