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치투 인터렉티브가 PS4로 출시한 커브 디지털의 전략 RPG '포 더 킹'은 전략과 로그라이크 요소가 조화를 이룬 롤플레잉 게임이다. 이를 바탕으로 매번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지도와 퀘스트, 발생하는 이벤트가 달라지며 같은 옵션으로 플레이를 거듭하더라도 매번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평화로운 파룰 왕국의 국왕이 어느 날 정체불명의 괴한에 의해 암살당해 왕국이 혼란에 빠지고, 기댈 곳이라곤 하나도 없던 왕비가 국민들에게 왕국의 몰락을 막아달라 부탁하면서 포 더 킹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플레이어는 상황에 따라 파티, 싱글, 로컬 및 온라인 협동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언제든 파룰 왕국에 모험을 떠날 수 있다. 다른 플레이어의 캐릭터로 간격을 벌려 넓게 지역 탐색을 우선할 수도 있고 모여서 함께 행동할 수도 있다.

플레이어는 메인 스토리이자 타이틀과 동일한 제목인 메인 스토리 왕을 위하여 시나리오를 시작으로 서리모험, 깊은 곳으로, 던전 크롤, 힐데브란트의 저장고, 골드러쉬 등 다양한 컨셉과 스토리의 시나리오들을 즐길 수 있다.

■ 로그라이크와 D&D를 섞은듯한 게임

포 더 킹의 시나리오 플레이는 게임 곳곳에서 마치 로그라이크 장르에 D&D적인 요소를 더한 느낌을 준다. 온라인 코옵 모드를 지원하기도 하지만 사용하기에 따라서는 한 기기에서 로컬 코옵을 즐기는 것도 가능하다. 그 이유는 메인 시나리오인 포 더 킹부터가 3명의 캐릭터를 모두 플레이어가 직접 설정해 생성하고 그 멤버 그대로 모험을 떠나는 시스템 때문인데, 기본적으로는 한 명의 플레이어가 모든 캐릭터의 턴을 관리하게 되지만 다른 사람과 함께 한 개의 기기로 즐길 때는 각 캐릭터의 턴 관리는 참여한 플레이어가 패드를 서로 넘기며 즐기면 된다.

시나리오의 진행은 턴 기반에 각각의 캐릭터를 순서대로 조작하는 식이다. 캐릭터 생성 자체는 처음에 같이 하지만 그렇다고 늘 파티로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이동이나 행동은 개별적으로 하면서 전투가 발생했을 때 맵에 표시되는 범위 내에 존재하는 캐릭터는 함께 전투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고난이도 던전은 모여서 파티가 함께 참가하는 편이 목숨 보전에 유익하다. 아니, 오히려 어지간한 능력과 준비, 운이 받쳐주지 않으면 혼자서 진행하기엔 벅찬 던전들도 발생하기 때문에 살려면 같이 들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모험에 사용하는 캐릭터 메이킹은 성별과 간단한 의상, 피부색과 이름, 그리고 정말 중요한 직업 등을 손보는 작업이다. 한 번 캐릭터를 만들면 다른 시나리오를 선택했을 때에도 그대로 그 캐릭터들이 나오기 때문에 원할 때만 캐릭터를 수정하고 평소에는 그냥 만들었던 캐릭터를 그대로 들고 게임에 진입해도 무방하다. 처음에는 캐릭터의 직업과 각종 커스터마이즈 요소들이 한정되어 있지만 게임 플레이를 통해 로어 상점의 항목을 해금하고 게임 플레이를 통해 습득한 로어를 지불한 뒤 구매하면 좀 더 자신의 캐릭터를 꾸밀 수 있다. 같은 맥락으로 추가 직업들도 로어 상점을 비롯한 특정 행동을 통해 해금 가능.

전투나 이동 시 발생한 조우 이벤트, 선택지 등이 대부분 확률로 작용하기 때문에 같은 적을 같은 조건에서 상대하더라도 확률에 따라 더 진땀을 빼며 상대할 가능성도 있다. 그야말로 TRPG 등에서 말하는 다이스갓을 기대하며 어떤 행동들을 취하거나, 집중 수치라는 것을 소모해 확률을 보정할 수 있다. 집중치는 체력과 별개로 존재하는 자원이며 한 개마다 확률 슬롯을 하나씩 채울 수 있다. 휴식이나 특정 아이템 섭취를 통해 회복 가능하다.

시나리오마다 다양한 페널티 요소가 있지만 메인 시나리오인 포 더 킹을 기반으로 이야기하면 플레이어가 늘어지게 턴을 소모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위기요소로 카오스 수치를 화면 상단에 표시해 이 수치를 통해 페널티를 부가한다. 피해를 입으면서 강력한 몬스터를 소환하기도 하는 이 수치의 임박은 마을에서 받을 수 있는 서브 퀘스트들을 완수해서 미룰 수 있고, 특정 던전 클리어나 메인 스토리 클리어를 통해서도 미뤄진다.

■ 로그라이크 RPG팬에게 적합한 게임

각각의 캐릭터가 고유한 소지금, 아이템과 장비를 취하고 있는 시스템인데다 아이템 또는 소지금을 건네주기 위해 최소한 캐릭터끼리 근접할 필요가 있어 싱글 플레이로도, 파티 플레이로도 독특한 맛이 있는 게임이다. 메인 스토리가 제시되고는 있지만 페널티 요소만 적당히 배제하면 좀 느긋하게 서브 퀘스트 등을 통해 파밍을 진행할 수도 있는 것이고, 아예 캐릭터들을 찢어서 서로 다른 곳을 탐험하게 만드는 수도 있다. 하려고 한다면 다양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다.

각 시나리오들을 좀 더 다채롭게 만들어주는 요소인 로어 상점은 메인화면에서 진입 가능한 메뉴로 마련되어 있다. 게임에서 획득한 로어를 지불하고 특수한 아이템이나 장소, 이벤트와 캐릭터를 잠금 해제할 수 있다. 로어는 게임에서 어느 캐릭터가 획득하더라도 파티가 획득한 것으로 처리되며 시나리오를 클리어하지 않았더라도 획득한 시점에서 소유한 로어에 반영된다. 로어 상점에서 판매하는 품목은 위치, 캐릭터, 아이템, 작은 조우,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의 5개 카테고리다.

좀 정적인 방식으로 진행되는 게임이긴 하지만 매번 새로운 방식의 이벤트를 마주할 수 있고, 앞서 언급한 로어 상점을 통해 좀 더 많은 방식의 게임 내 요소들을 더할 수 있기까지 해 로그라이크 장르 특유의 장점인 반복성을 확보했다. 플레이어의 입맛에만 맞다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2만원 대의 저렴한 가성비 게임이다. 다만, 아직도 PS4 일반판을 기준으로 프레임 드랍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상황들이 다소 있어서 가끔 불편하게 느껴질 때가 있음은 감안해야 할 것이다.​ 

조건희 /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