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개발 및 퍼블리싱 게임사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첫 스마트폰 게임이자 전세계 1억명 이상의 플레이어가 즐기는 인기 디지털 카드 게임 '하스스톤'의 신규 확장팩 라스타칸의 대난투와 맞물린 소소한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다.

라스타칸의 대난투가 시작된 이후 잔달라 구루바시 투기장에서는 검투사들이 로아의 힘을 등에 업고 날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승리한 검투사들의 로아가 영광을 차지하는 모습을 달갑게 바라보지 않는 존재, 잔달라 제국과 왕 라스타칸이 본격적인 명성을 떨치기 이전 구루바시 투기장을 차지했던 전혀 다른 유형의 로아, 어둠의 로아인 '혈신 학카르'의 마수가 하스스톤에도 도래한다.

이번 이벤트는 자주 회자되는 과거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 발생한 버그를 오마쥬한 것으로 보인다. 학카르의 저주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 가볍게 오염된 피 사건을 되새겨보자.

■ 오염된 피 사건

2005년 9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는 1.7 패치에서 추가된 대형 레이드 던전 줄구룹의 마지막 네임드 보스인 혈신 학카르와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혈신 학카르가 전투에서 사용하는 기술 중에는 '오염된 피'라는 디버프 기술이 있었고, 이 디버프에 걸리면 매 2초마다 200의 피해를 입게 된다. 이렇게 받은 오염된 피 디버프는 이후 전투가 진행되면서 혈신 학카르가 피의 착취를 사용하면 오염된 피를 빨아들이고 디버프가 제거되는 형식의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이 오염된 피가 사냥꾼 직업의 펫들에게 걸리고, 소환을 해제한 사냥꾼이 줄구룹을 나가 대도시에서 펫을 다시 소환한 순간, 펫과 사냥꾼 플레이어에게 오염된 피가 그대로 감염됐고 당시 체력을 감안하면 굉장한 피해량을 가진 디버프가 대도시 곳곳에 전염된다. 사냥꾼과 펫이 그 피해를 버티지 못하고 그냥 죽어버렸다면 몰라도, 상시 체력이 회복되는 NPC들에게 오염된 피 디버프가 전염되면서, 이들이 로밍하는 경로에 있는 모든 것이 감염되며 삽시간에 대도시에 플레이어의 시체가 쌓였다.

이 때 플레이어들이 보인 다양한 행동방식은 실제로 전염병 확산 경로의 예로 활용되며 논문으로 작성되기도 하고, 의학 저널 Lancet에 올라가는 등 상당한 관심을 모았다. 이것에 그치지 않고 한국에서는 2012년 1월에 확장팩 대격변 마지막 레이드인 데스윙의 광기 영웅 난이도의 '기생충' 디버프를 받아 호드의 대도시 오그리마에서 전염시켜 대도시를 다시금 시체의 산으로 만들기도 했다.

​게재된 대격변 불안정한 타락 전염 사건 

■ 학카르의 저주

긴 회상이었다. 현재 하스스톤 라스타칸의 대난투에는 과거의 재래라고 과시하듯 혈신 학카르의 저주가 드리웠다. 게임에 접속한 무작위의 플레이어들이 여관에 진입하면 학카르의 징표에 찍히면서 타락한 카드 뒷면을 자동으로 획득하게 된다. 앞서 길게 오염된 피 사건을 되새긴 이유를 대충 짐작했으리라 믿는다.

학카르의 징표로 타락한 카드 뒷면을 소지한 플레이어가 타락한 카드 뒷면을 장착한 상태로 다른 플레이어와 투기장, 정규전, 야생전, 친선경기 등의 모드에서 하스스톤을 플레이하면 대전이 끝난 시점에상대방에게 학카르의 저주가 전염되고, 전염된 플레이어는 기존 저주 보유자와 마찬가지로 타락한 카드 뒷면을 획득하게 된다. 단, 대전이 시작되자마자 항복하거나 게임을 도중에 포기하면 학카르의 저주가 전염되지 않는다.

아쉬운 점은 기존 학카르의 저주 보유자가 상대방에게 저주를 넘겨줬을 때 시각적인 변화가 발생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저주가 전염되면 대전이 끝난 시점에서 적 영웅이나 내 영웅이 파괴되며 감염자의 뒷면이 서서히, 혹은 일제히 저주받은 카드 뒷면으로 변했다면 조금 더 시각적인 만족감이 있지 않았나 싶다.

하스스톤의 IP 원작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 유명한 사건을 테마에 맞춰 오마쥬한 것으로 추정되는 학카르의 저주 이벤트는 소소하지만 꽤 흥미로운 이벤트였다.​ 

​가시적인 변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