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09 21:46:13
아크시스템웍스아시아 주식회사가 새로이 선보인 택티컬 카운터 타임라인 RPG '신모의 클리파'는 출시 전 게임쇼를 통해 공개한 트레일러의 일러스트와 시부야를 중심으로 현실을 침식하는 괴이의 발생이라는 소재로 기억에 남았던 신작이다.
플레이어는 현실을 침식하는 괴이가 발생해 위험천만해진 일본 도쿄를 무대로 각자 괴이가 깃든 두 명의 주인공을 조작해 괴이 발생의 수수께끼를 쫓는 이야기를 체험하게 된다. 타임라인에 기반해 실시간 턴의 느낌을 가져가는 RPG는 이미 여러 게임으로 익숙하다. 그런데 택티컬 카운터?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지 궁금함이 생겼다.
가능한 스포일러는 삼가면서 감상을 적어본다. 플레이 기종은 PS5다.
■ 분위기와 소재가 좋다, 좋긴 한데
신모의 클리파는 트레일러에서 보여준 첫인상 그대로 미지의 괴이가 기괴한 형태로 도시와 인간을 잠식해가는 분위기를 게임 진행 도중 수시로 보게 되는 3D 전투 장면의 배경이나 SNS의 내용을 통해 여지없이 드러낸다. 크나큰 위기 속에 수수께끼의 불법 약까지 돌면서 괴이의 침식은 점점 빨라지고, 두 명의 주인공은 이런 현장을 추적하며 전투를 펼쳐나간다.
의외로 생각한 것과 달리 게임의 진행은 비주얼노벨의 그것과 상당히 흡사했다. 지도에서 수사할 지역을 선택하고, 이동하는 컷신이 나오거나 전투로 넘어갔다가 게임의 진행에 따라 캐릭터 스탠딩 일러스트와 함께 대사가 출력되는 그런 방식의 정적인 스토리 전개가 이루어진다.

스토리가 주는 분위기가 좋은 반면 게임의 스토리가 전개되며 보여주는 일러스트 등의 요소는 품을 아낀 것 같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대표적으로, 주인공들이 차를 타고 이동하는 일러스트는 하나를 돌려쓰는 느낌이고 애초에 일러스트 양이 적은 것 같다는 느낌도 있다. 비주얼노벨과 비슷한 방식으로 흘러가는 게임인만큼 볼거리를 이런 방향에서 늘려줬으면 더 좋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든다.
계속 반복해서 주변의 괴이를 처치하며 메인이 되는 사건을 추적하는 것이 반복되는 편인데 이 과정에서 보여주는 것도 비슷하다보니 좀 쉽게 질릴 가능성이 있다.

■ 리듬 액션의 느낌이 나는 전투
스토리와 전투, 두 가지가 사실상 이 게임의 컨텐츠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에 처음부터 끝까지 전투는 마치 업무에서 출퇴근을 찍듯 계속해서 반복 수행해야 하는 요소다.
택티컬 카운터 타임라인 RPG라는 표현은 플레이하자마자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턴 기반의 RPG에서 보던 타임라인 기능이 존재하고, 실시간으로 세 가지 색상의 공격 스킬을 사용해 적을 공격하거나, 적과 동일한 색상의 공격을 타임라인에 맞춰 사용하면 카운터 어택을 가할 수 있는 방식이다.

타임라인의 색이 서로 같은 타이밍으로 맞아야 카운터가 나간다

여러 스킬의 조합이 가능하지만 사실상 3색 조합은 필수로 느껴진다
이 카운터 시스템이 상당히 중요한 편이다. 일반 난이도 기준으로도 괴이에게 피격당할 때 피해량이 상당히 높은 편이라 실수 몇 번으로 게임오버가 될 수도 있으니 카운터 시스템을 충분히 익혀둬야 한결 수월한 진행을 할 수 있다. 더불어 다양한 스킬을 배워가면서 스킬이 타임라인에 어떻게 나오는지를 확인하고 패시브와 함께 조합해나가는 것이 카운터 시스템과 함께 전투의 재미있는 부분이라고 본다.
처음에는 감이 잘 안 잡혀도 어느 정도 진행하다보면 감이 잡힌다. 하는 법을 알아낸 이후 카운터와 공격을 몰아넣는 법을 알면 꽤 경쾌한 싸움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몇 가지 요소가 이런 즐거움을 저해한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 더 재밌을 수 있었지만
신모의 클리파 전반에 흐르는 친절함의 부재로 인해 플레이어가 느낄 전투와 수사의 즐거움이 반감될 가능성이 제법 높다고 느꼈다.
예를 들어 스킬은 전투를 통해 얻는 포인트를 소모해 획득하게 되는데, 일부 스킬은 미스틱 패스라는 일종의 암호를 입력해야 획득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미스틱 패스를 푸는 방법은? 제대로 안내해주지 않는다. 플레이하며 획득할 수 있다고는 알려주지만 그 외에는 텍스트를 보고 추리해내야 한다. 추리? 좋다. 추리하는 즐거움도 있으니까.
하지만 신모의 클리파에서 미스틱 패스를 추리하는 방식은 사실상 게임 내 SNS를 뒤지면서 미스틱 패스에 입력해보는 것이다. 괴이의 침식이라는 상황에 세기말적 분위기를 제법 잘 느끼게 만든 SNS는 꽤 좋은 인상을 줬고 읽는 맛도 있었다. 하지만 이 안에서 미스틱 패스의 정답을 찾는 과정은 매끄럽진 않았다.
가장 처음 접하게 되는 미스틱 패스의 경우는 티가 난다. SNS에서 대놓고 멀쩡하지 않은 게시물들이 보인다. 하지만 이게 반복되면? 피로감을 느끼기 쉬워진다. 이 게임의 주요 컨텐츠는 전투와 이 미스틱 패스 추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런 과정을 즐긴다면 나름대로 시간을 들이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테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꽤 불편한 요소로 느낄 수가 있다.
친절함의 부재는 스킬의 설명이나 시스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스킬의 효과 설명에 표시된 용어가 실제로 어떤 효과를 주는지, 수치가 얼만큼의 영향을 끼치는지를 쉽게 파악하기 어렵다. 스킬을 얻은 시점보다 훨씬 나중에 설명이 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런 요소들을 플레이 도중에 파악하기 힘들다는 부분이 아쉽다.
전투에서 다수의 적이 등장했을 때 어떤 기술을 어디에 사용하는지 파악하기 어려운 감이 있으며, 플레이어는 사실상 두 캐릭터에게 동시에 명령을 내려야해 복잡하기도 하다.
전투의 이야기를 더 하자면 비의 시스템도 설명이 부족한 편이다. 전투를 진행하다 주인공의 비의 발동 버튼이 활성화되는데, 즉시 사용하면 큰 피해를 입힐 수 있지만 이러면 바로 적의 다운 상태도 회복된다. 사실 비의 발동 버튼을 바로 누르지 않고 적의 다운이 지속되는 동안 최대한 많은 공격을 때려넣은 뒤 비의로 마무리 일격을 가할 수 있는 시스템인데 이런 방식 또한 알기 어렵다.

수시로 슬로모션이 걸리는데, 기술을 카운터 치기 위해 한참을 느린 속도로 기다려야 할 때도 있다
주인공들의 모델링과 일러스트에서는 다소 일관성이 떨어지게 느껴진다. 특히 주인공 중 한 명인 히즈키 레나는 게임을 처음 시작하고 플레이어가 접하게 되는 각각의 비주얼에 차이가 있다. 3D 모델링, 대화에서 표시되는 일러스트, 메뉴 화면에서 표시되는 일러스트의 모습이 서로 다르다. 오프닝 애니메이션이야 조금 다르게 그려지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인게임에서만 세 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서로 다른 화풍이 조금 혼란스럽다
분위기나 소재도 마음에 들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SNS에서 읽어낼 수 있는 세기말적 분위기도 적절했으며 전투 자체도 이해한 뒤에는 공략하는 맛이 나름대로 있었지만 상술한 부분들로 인해 많은 아쉬움이 남은 신작이다. 분명 더 재미있었을 수 있는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혹여 후속작이 나온다면 이런 부분들을 개선해나가면 좋지 않을까 싶다.


시도는 좋았지만 아쉬웠다
조건희 /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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