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아크시스템웍스 아시아지점은 주식회사 FURYU의 액션 RPG '성탑신기 트리니티 트리거'의 한국어판을 PS4, PS5, 닌텐도 스위치 플랫폼에 각각 출시했다.

성탑신기 트리니티 트리거는 아름다운 자연과 신들의 무기가 탑처럼 박혀 존재하는 트리니티아를 무대로 주인공 시안이 트리거라고 불리는 신비한 생물과 함께 자신이 처한 가혹한 운명을 바꾸기 위한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를 다루는 FURYU의 완전 신작 액션 RPG다. 출시 전부터 주요 개발진 라인업으로 인해 관심도가 올라가기도 한 타이틀인데, 제노블레이드 크로니클스의 캐릭터 디자인 카자마 라이타, 옥토패스 트래블러의 시나리오 쿠보타 유라, 성검전설3의 음악 키쿠타 히로키, 성검전설3에 참가한 세계관 비주얼 담당 유키 노부테루 등이 포진했다.

한편 성탑신기 트리니티 트리거는 한국어판 정식 출시를 기념해 기간한정으로 게임 플레이에 소소한 도움을 주는 다운로드 컨텐츠 '아버지의 유산'을 PS 스토어 및 닌텐도 e숍에서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PS 스토어는 19일부터 내달 16일 00시 00분까지 무료 배포가 이루어지며 닌텐도 e숍의 경우 내달 15일 23시 59분까지 배포를 진행한다.

■ 신화 시대 신들의 민폐

성탑신기 트리니티 트리거의 스토리는 흔히 볼 수 있는 출생의 비밀 클리셰를 이용해 짜여졌다. 그리고 이 출생의 비밀은 반 농담, 반 진담으로 멀고 먼 옛날 신화의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 벌어진 신들의 민폐 사건으로 발생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사실은 게임 시작과 동시에 짐작할 수 있는데, 신화의 시대에 신들이 질서의 신 세력과 혼돈의 신 세력으로 갈려 패권을 다투었다가 현재에 이르러서는 질서의 신 각인과 혼돈의 신 각인을 인류에게 심어 그들을 통한 대리전을 치르려는 상황이다.

당연히 주인공인 시안과 같이 태어난 아이 모두 각각 다른 세력의 신에게 각인을 받고 말았으며 게임이 시작되는 부분에서 시안은 원래 태어난 곳이 아닌 변방의 마을에서 살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게임 본편 시점에서 의붓여동생과 둘이서만 살며 시안은 아직 어린 그녀를 부양하기 위해 각지에 흩어진 '성탑'으로 나아가 전투를 벌이고 물품을 가져오는 등의 일과로 생계를 잇는 브링어 일을 하고 있다. 이 성탑은 게임의 제목에도 적혀있을 정도로 세계관이나 스토리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게임을 플레이하다보면 맵 몇 개를 사이로 휙휙 환경이 바뀌는 것을 알아채게 될텐데, 이 또한 먼 옛날 신들이 벌인 민폐나 다름없는 전쟁에서 유발된 것이다. 각각의 신들이 전투를 벌이다 지상에 떨어진 무기들이 성탑이라 불리며, 그 안에는 몬스터들이 돌아다니며 주위 환경을 삽시간에 바꿔버리는 효과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숲이 더 울창해지거나, 발광하는 식물이 생기거나 갑자기 사막 지대로 변하거나 극한의 추위가 강타하는 설원으로 변하는 등 극적인 변화를 맞이한 곳들을 여행 도중 거쳐가게 된다.

평소처럼 마을사람들의 부탁이나 브링어 일을 하기 위해 길을 나선 시안은 갑작스레 일상의 끝을 고하는 사건과 맞닥뜨리게 되고, 앨리스라는 소녀와 트리거라는 생물에 대해 알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 익숙한 방식의 전투

전투는 액션 RPG를 플레이 몇 번 플레이했다면 익숙할만한 스타일이다. 캐릭터를 움직이면서 적들에게 공격이나 특수한 공격을 가하고, 적의 공격을 잘 피하면서 레벨도 높일 수 있는 그런 보편적인 방식의 액션 RPG 스타일이다. 다만 여기에 스토리를 진행하며 동료로 들어오는 파티 멤버들이 함께 전투에 임한다거나, 트리거라고 부르는 생물들이 여러 종류의 무기로 변신해 각기 다른 타입의 전투를 진행할 수 있다는 차이가 있다. 무기를 변신시키거나 주 조작 캐릭터를 바꾸는 방식으로 각각의 전투 상황을 풀어나가게 된다.

주인공 시안을 포함한 파티원이 셋이 되면 이후 플레이어는 세 명의 캐릭터가 트리거를 통해 구사하는 강력한 합동 공격을 가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 성탑의 최상층에서 만날 수 있는 파수꾼들을 비롯한 보스급 적들과 전투를 치르는 경우는 단순히 적의 체력만 깎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가드 수치를 먼저 깎아 체력을 깎을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 이 가드치는 공격을 어떤 무기로 하느냐에 따라 깎이는 정도가 달라진다. 각 보스마다 가드치를 효과적으로 깎아낼 수 있는 약점 무기 타입이 있기 때문에 다양한 무기로 공격을 시도해 적의 약점을 알아내는 것은 전투 시간 등을 고려해도 꽤 중요하다.

앞서 성탑과 그 주변이 맵을 건너면 바로바로 완전히 다른 기후로 바뀔 정도의 영향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이런 환경은 전투를 하기 위해 돌아다니는 각각의 지역에 걸맞는 기믹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가장 첫 번째로 가게 되는 주인공의 마을 근처와 성탑의 경우는 이런 기믹을 처음에 볼 수 없지만 이후 진행하면서 만나게 되는 얼음 지역은 쌓인 눈을 공격해 파헤쳐서 보물상자나 숨은 적이 나타나는 요소, 해당 지역의 성탑에서는 바닥이 미끄럽고 얼음 가시들이 함정으로 곳곳에 존재해 이를 잘 피해다녀야 한다는 점 등으로 기믹이 존재하는가 하면 사막 지역은 사막 지역에서만 통하는 순간이동 패드나 중앙으로 빨아들이는 모래지옥 지형 등이 존재해 경우에 따라 중앙까지 빨려들어갈 경우 모래 아래의 지역으로 빠지는 기믹이 존재하는 등 각 환경에 걸맞는 맵과 던전 기믹들이 준비되어 있다.

■ 탐험하는 맛이 은근한 액션 RPG

게임의 스토리 자체는 정석적이다. 성탑신기 트리니티 트리거는 기구한 운명을 타고나 출생의 비밀을 가지게 된 주인공이 자신도 그 사실을 모른 채 평화로운 일상을 살아가다 갑자기 다가온 위기, 그리고 그를 돕겠다고 나선 인물들의 등장으로 점점 더 거대한 사건의 중심으로 걸어들어가는 왕도적 전개를 표방한다. 그 과정에서 성탑신기 트리니티 트리거 속 세계의 성탑 지역 역사나 주민들의 서브 퀘스트를 수행하며 그들의 소소한 이야기들에도 발을 들여놓는 등 전통적인 JRPG의 교본을 따라간다.

수려한 일러스트로 표현된 게임 속 세계는 생각보다 맵 구석구석을 탐험하는 맛도 챙겨주고 있다. 마을과 성탑을 포함한 대부분의 지역들에 숨겨진 보물상자가 있어서 이를 모두 모으려는 플레이어라면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숨겨진 길을 찾아내야 하기 때문. 물론 그 안의 보상이 소소한 편이긴 하지만 게임을 깔끔하게 끝내고 싶어하는 유형의 게이머라면 이런 것들을 놓치기 싫을 것이다. 게다가 이런 보물상자들을 처음 그 맵에 진입한 시점에서 항상 전부 획득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장애물이 특정 무기 타입으로만 파괴되는데 아직 해당 타입의 무기를 개방하지 않아 기억해뒀다가 나중에 돌아와야 하는 등 모종의 이유로 획득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월드맵을 살펴볼 때 이런 것들이 알기 쉽게 표시되면 찾아다니기 좋겠지만 이런 부분에선 은근히 불편하다.

전투에서도 나름대로 난이도 밸런스를 조절하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전투 중에 아이템을 사용하기 위해 퀵슬롯을 열겨나 메뉴를 열었을 때 시간이 멈춰서 캐릭터를 회복시켜주거나 죽음에서 부활시키는 아이템을 먹이기 쉽지만 기본적으로 각 아이템 최대 소지량이 적은 편이라 무작정 사용하기엔 빠듯할 수가 있다. 여기에 함께 전투에 참여하는 동료들의 AI도 썩 좋은 편은 아니라서 이들을 전부 챙기며 전투를 진행하려면 은근히 체력 등에 신경을 써주거나 조작을 변경해 직접 위기를 피해야 한다. 이외에도 장비품을 통해 비조작 상황에서도 한결 버티기 좋게 만들 수 있다. 전투는 단순하지만 이를 구성하는 콤보의 기술을 변경해서 원하는 방식으로 콤보를 짤 수 있고, 이 기술들을 몬스터 퇴치로 얻는 포인트를 소모해 강화시켜 더욱 강한 콤보를 만드는 것이 가능한 것도 나름의 재미다.

성탑신기 트리니티 트리거는 무난하게 즐길 수 있는 왕도 액션 JRPG이며 이런 장르와 이야기를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무난하게 즐길 수 있을만한 신작이다.​ 

무기 형태마다 커스텀이 개별 적용이라는 것은 일장일단을 가지고 있는 특징이다.

보통은 붉은색이 불 아닌지?

조건희 /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