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게임사 내 노동조합이 설립됐다.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자회사 레이븐 소프트웨어에서 미국 상장 게임 회사 최초로 노조가 결성된 것.

'콜 오브 듀티' 시리즈를 개발하고 있는 레이븐 소프트웨어의 품질보증 부서 직원들은 현지시간으로 23일, 찬성 19표 반대 3표로 노조 결성 안건을 통과시키고 '게임 노동자 연합'을 설립했다.

이들은 같은 날 성명을 내고 게임 개발 일정의 합리적인 조정과 근무 환경 개선, 적절한 보상을 요구했다. 또 상급 단체인 미국 통신근로자노동조합(CWA)는 비디오 게임 업계의 다른 노동자들이 이번 노조 결성에 고무될 것"이라며 블리자드 사측은 노동자들과 공정한 근로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만 블리자드는 노조 결성권을 존중한다면서도 19명 직원이 레이븐 조직 전체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결정을 내려선 안 된다고 전했다.

이번 레이븐 소프트웨어의 노조 결성은 어찌보면 정해진 수순이었다.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지난 4월 퍼블리싱과 사업부의 모든 비정규직 QA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밝히면서도 레이븐 소프트웨어 소속 노동자는 제외했다. 당시 블리자드에서는 "상관없다"고 주장했지만, 외부에서는 레이븐 소프트웨어 QA 직원들이 노조 결성을 추진하자 이뤄진 대응책으로 분석했다. 이러한 처우가 레이븐 소프트웨어 직원들에게는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켰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참고로 지난해 12월 블리자드 직원들은 레이븐 소프트웨어의 QA 계약직 직원이 해고되자 이에 대한 시위로 파업에 돌입했고, 1월에는 노동조합 승인을 촉구하면서 파업을 종료한 바 있다. 그러나 블리자드는 노조 승인을 하지 않고 일부 임원들은 노조 결성을 막기 위해 직원들을 설득하고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노조 설립에 대해 불편해 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9월에는 직원 그룹 '어 베터 액티비전 블리자드 킹(A Better ABK)'가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노조 결성 행위 저지를 이유로 전미 노동관계위원회에 고발했다.

ABK는 사측이 6개월 동안 직원들의 결사 행위를 저지하기 위해 직원끼리 임금, 근무시간, 근무조건을 논하는 것을 금지시키거나 직원의 SNS 활동을 감시하고 징계하는 등 지속적으로 협박 행위를 가했다고 주장했다. 또 공식 입장을 통해 "사측은 직원 처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라며 "도리어 악명 높은 노동조합 파괴 전문가를 고용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레이븐 소프트웨어 노동자 지지 시위를 연 ABK

한편, 최근 미국에서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노조 설립 열풍이 일고 있다. 아마존과 애플, 스타벅스 등에서 노조가 결성됐고 다른 기업에서도 노조 설립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노동 환경은 물론 사회적으로 노동자에 대한 처우에 대해 불만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1일에는 미국 게임스탑이 전(前) 직원으로부터 노동법 위반 혐의로 피소됐다. 육체 노동자로 구분되는 직원에게는 매주 급여를 지급해야 한다는 뉴욕 노동법을 위반하고 격주로 지급했다는 이유에서다.

뉴욕 노동법은 전체 근무시간의 최소 25% 이상을 육체 노동에 쓰면 육체노동자로 분류하는데, 소송을 낸 해당 직원은 게임스탑 매장 내 업무가 육체 노동자로 분류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해당 직원은 "이번 소송은 게임스탑의 직원이 육체노동자로 인정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잠재적으로 수백 명의 전현직 게임스탑 직원이 이번 소송에 참여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참고로 이러한 사회적 움직임은 국내에서 먼저 시작됐다. 지난 2018년 넥슨을 시작으로 스마일게이트, 웹젠까지 게임사에만 세 곳의 노조가 설립되어 있다. 이들은 고용 안정과 노동 시간, 임금 협상 등 노동 환경의 개선을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으며, 특히 웹젠은 올해 임금교섭에서 사측과 높은 입장 차이를 보이면서 파업을 예고하기도 했다.​ 

김은태 /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