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서머 포스트 시즌 와일드카드전에서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아프리카 프릭스가 T1에 세트스코어 2대 1 승리를 거뒀다.

아프리카의 승리 자체는 국내 외 모든 전문가 전원이 T1의 승리를 예측할 정도로 열악한 상황에서 이루어졌는데, 선수들의 인터뷰에 의하면 이렇듯 거의 대부분이 T1의 승리를 예측한 상황이 자신들에게는 오히려 한번 해보자 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아프리카는 1세트에서 무난하게 승리를 만들어 내며 첫 세트를 가져갔으나, 2세트에서 T1이 페이커를 미드로 기용하는 강수를 두면서 2세트를 손쉽게 헌납했다. 하지만 이후 3세트에서 처음 이득을 가져간 부분들을 잘 살리며 경기 내내 한 번도 주도권을 내주지 않고 결국 승리를 가져가게 됐다. 

사실 앞서 언급했듯이 T1과 아프리카의 와일드카드전은 누구나 T1의 승리를 예상하듯 상대 전적에서 T1이 월등히 앞서고 있고, 아프리카 프릭스의 경우 특유의 강팀 판독기라는 위치로 인해 한 세트 정도는 가지고 갈 수 있을지 몰라도 게임 승리를 예상하기는 어려웠다. 여기에 5년 연속 5위라는, 몇 년째 그 자리에서 그대로 머무르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역시 무난하게 5위를 유지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물론 T1의 팀 기량이 해가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아프리카의 승리는 사실 어렵다고 생각한 것이 사실이랄까. 

아프리카의 입장에서는 몇 년 동안 족쇄로 이어진 판독기라는 이미지를 드디어 벗어날 수 있게 되어 단순히 포스트 시즌 승리 이상의 가치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어쨌든 아프리카 프릭스는 8월 ..일 3위팀 젠지와 플레이오프 1라운드를 치루게 됐다. 

젠지전은 T1를 상대로 한 경기보다 더더욱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어쨌든 이번 경기를 통해 불가능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만큼, 그리고 판독기라는 이미징서 벗어나게 되었다는 점으로 인해 또 다른 이변이 발생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1세트

1세트에서는 T1의 경우 요즘 핫한 챔피언인 오리아나와 레넥톤, 칼리스타, 오공 등을 밴 했고, 아프리카의 경우는 세트와 니달리, 르블랑, 바드 등을 밴픽으로 선택했다.

첫 경기는 T1이 블루 진영으로 시작됐다. T1이 최근 핫한 케이틀린과 조이, 안정적인 레오나와 정글 올라프, 탑 루시안으로 챔피언을 구성한 반면, 아프리카는 그레이브즈와 페이트, 아칼리 및 노틸러스 등 무난한 픽을 구성한 가운데 최근에 잘 사용하지 않는 미스포츈 픽을 꺼내들었다.  

게임 시작 후 12분 전후까지는 비슷한 상황이 진행됐다. 각각 1킬씩을 획득하기는 했지만 비슷한 공드와 양상을 유지했다. T1에서 2개의 드래곤을 먼저 가져가기는 했지만 조금 유리한 정도이지 어느 한 쪽으로 기운 수준은 아니었다. 

이러한 상황은 20분 전까지 비슷하게 이어졌는데, 서로간에 킬 교환도 나지 않고 드래곤만 T1이 3스택을 가져가면서 무난하게 흘러갔다. 

전환점은 23분 경, 4번째 드래곤 대치 상황이 발생하면서 부터 시작됐다,. 어렵게 드래곤을 잡으며 4용을 주지 않은 아프리카에게 T1이 덮쳐들며 대규모 교전이 진행됐는데, 처음에는 아프리카가 밀리면서 상당한 손해를 보는 것처럼 생각됐으나 들어오는 상대에 맞추어 미스포츈의 궁을 대박으로 적중시키면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이 과정에서 아프리카가 에이스를 거두면서 이후부터는 일방적인 아프리카의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결국 교전 승리를 바탕으로 바론 버프까지 획득한 아프리카는 순간적으로 5천 이상 벌어진 골드를 바탕으로 라인전을 유리하게 이끌어나갔다. 그리고 28분 경 벌어진 교전에서 테디를 제외한 모든 T1 선수들이 전사하면서 무난하게 넥서스를 파괴하고 1세트를 가져가게 됐다. 

전반적으로 킬도 잘 나지 않았고, 대규모 교전이 별로 없이 진행된 경기였음에도 아프리카가 두 번의 대규모 교전에서 모두 승리하면서 해당 교전을 바탕으로 빠르게 경기를 끝낸 세트였다. 미스포츈으로 교전 승리를 만들어 낸 미스틱이 POG가 됐다. 

1세트 기록

2세트

1세트를 패한 T1은 신인 미드라이너 클로저 대신에 페이커를 경기에 투입, 반전을 노렸다. 레드 진영의 아프리카는 세트와 아지르, 아칼리등을, T1은 전판에서 활약한 그레이브즈와 케이틀린, 애쉬 등을 밴 했다. 

T1은 선픽으로 페이트를 선택했고 아프리카는 레넥톤을 우선으로 선택했다. T1의 경우 페이트와 볼리베어, 칼리스타, 제이스, 그라가스 등 무난한 조합으로 챔피언을 구성했고, 아프리카는 레넥톤과 니달리, 노틸러스에 너프로 인해 선택 빈도가 많이 줄어든 아펠리우스를 원딜로 선택했다. 이와 함께 플라이가 잘 하는 아우 솔을 미드로 선택했다. 

승부는 초반에 갈렸다. 7분 경 아프리카의 바턴 챔피언들이 자신감으로 가지고 앞으로 나온 상황에서 정글러의 지원을 받은 T1이 아프리카의 바텀을 모두 처치했다. 이와 함께 정글에서 칸나가 상대 정글러를 처치하면서 순식간에 3대 0 스코어가 됐다. 

이후는 T1이 천천히 스노우볼을 굴리며 유리하게 게임을 이끌어 나갔는데, 큰 교전을 피하면서 국지전으로 상황을 이끌어가고, 유리한 상황을 점하면서 소소한 이득을 챙겼다. 

판세가 완전히 기울어진 것은 15분경 두 번째 드래곤을 아프리카가 쓰러트리면서 부터다. 상황 반전을 위해 두 번째 용을 노렸으나 바로 T1의 공격에 플라이를 제외한 전원이 사망하면서 골드 격차가 6천 이상으로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후 바론 버프를 획득한 T1이 상대방의 포탑을 제거하면서 유리한 상황으로 몰고 갔다. 주도권을 놓치지 않고 바론과 드래곤, 그리고 간간히 상대에게 킬을 따내며 집중력을 상실한 아프리카 챔피언들을 처치하는 장면들이 연출됐다. 

그리고 23분, 골드 격차가 1만 이상 벌어진 상황에서 바론 버프를 업고 상대 바텀으로 진격, 결국 25분 만에 상대 억제기를 파괴하고 승리를 가져갔다.  

클로저가 나왔을 때 T1의 승률이 더 좋다 보니 최근 페이커가 자주 경기에 나오지 못하고 있는데, 1세트를 무력하게 패배하자 클로저 대신 페이커를 기용한 것이 주효한 경기였다. 반면 처음부터 바텀 라인이 붕괴된 것도 있지만 플라이의 아우솔은 그렇다 할 만한 무언가를 보여주지 못하고 무난하게 버로우 하고 말았다. 

2세트에서는 페이커가 POG를 받으며 아직 죽지 않은 실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2세트 결과화면

3세트 

1,2세트에서 페이트를 가져간 팀이 모두 승리한 만큼 3세트에서 어떤 팀이 페이트를 가져가게 될 지 관심이 가는 가운데 3연속 퍼플 진영이 된 아프리카가 페이트를 벤 하면서 3경기는 페이트가 없는 상태로 경기가 진행됐다. 

T1은 제이스와 케이틀린, 노틸러스 등을, 아프리카는 페이스아 아지르, 오리아나와 울라프 등을 밴 하며 3경기를 준비했다.  

3세트 역시 T1은 무난한 조합을, 아프리카는 조금 특색 있는 조합을 가져갔다. T1의 경우 세트와 세마, 레넥톤과 탐 켄치 및 카서스 조합을 선택했고, 아프리카는 탑 칼리스타와 이즈리얼, 볼리베어와 알리스타 및 조이로 반전을 노렸다. 

3세트 승부는 초반부터 조금씩 벌어지기 시작했다. 5분경 부쉬에서 귀환을 진행하던 페이커가 알리스타에 걸려 알리스타와 조이의 멋진 협공에 쓰러졌고, 이후 7분경 피가 별로 없던 커즈에게 이즈라엘의 정조준일격이 적중하면서 두 번째 킬이 이루어졌다. 이후 교전에서 커즈가 전사하면서 11분만에 3천골드 정도의 차이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무심코 날린 정조준 일격에 커즈 사망!

이후 아프리카가 작은 이득을 잘 굴려 나가 17분 경에는 5대 0, 골드는 6천골 이상 벌리는데 성공하며 제대로 승기를 가져가는 모습을 보였다. 

T1에게도 약간의 기회가 있었다. 23분 경 아프리카의 바론 트라이가 잘 안 풀리면서 T1이 일부 킬을 따 내며 골드 격차를 줄이기는 했지만, 그 이상의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3세트에서 T1의 유일한 기회였다

결국 31분에 벌어진 미드 대규모 교전에서 칸나와 커즈, 페이커가 쓰러지면서 아프리카가 이 기세를 몰아 적의 억제기를 파괴하고 마지막 세트 승리을 만들어 냈다. 

3세트 결과화면

김은태 /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