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머니가 e스포츠 시장에도 휘몰아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초대형 e스포츠 지구를 조성하고 있고,  'e스포츠 월드컵'을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2024년 여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e스포츠 월드컵'은 빈 살만 왕세자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대회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서 8주 간 진행 될 예정이며, e스포츠 역사상 가장 큰 상금이 책정 될 것으로 알려진 상황이다.

현재 발표 된 종목만 17개다. 리그오브레전드, 전략적팀전투, DOTA2, 스타크래프트2, 카운터스트라이크 2, 배틀그라운드, 레인보우 식스 시즈, 오버워치 2, 포트나이트, FC24 등 PC 게임은 물론 스트리트 파이터 6, 철권 8과 같은 아케이드/콘솔 게임, 왕자영요, 모바일 레전드: 뱅뱅,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등 모바일 게임까지 전체 플랫폼을 망라한다.

특히 리그오브레전드가 종목에 포함됨에 따라 전세계 리그오브레전드 프로리그도 술렁이고 있다. e스포츠 월드컵이 열리는 6월부터 8월은 라이엇이 주관하는 지역리그의 서머 스플릿 일정과 겹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 이에 대해 LCK 측은 "원하는 팀들이 참가할 수 있도록 최대한 협조할 예정"이라며 LCK 서머 리그 일정이 변경 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사우디는 빈 살만 왕세자의 주도로 게임 및 e스포츠 산업을 본격 육성하고 있다. 사우디는 2030년까지 게임/e스포츠 산업이 사우디 총 GDP에서 500억리얄(약 18조 5000억원)을 차지할 수 있도록 380억 달러(약 51조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사우디는 수도 리야드 도심에서 떨어진 사막지대 키디야에 5억달러(약 6745억원)를 들여 게임·e스포츠 지구를 조성하고 올해 준공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최대 25개의 e스포츠 클럽이 숙식과 훈련할 수 있는 공간과 관객 7만 3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e스포츠 경기장 4곳을 짓고 있다. 올해 8월 이곳에서 e스포츠 월드컵이 개최된다.

사우디 국부펀드 PIF 산하의 새비 게임즈 그룹을 통한 적극적인 투자도 이뤄지고 있다. 새비 게임즈는 몇 년 전 유럽의 e스포츠 회사 ESL과 페이스잇을 15억달러(약 2조원)에 사들였고, 지난해에는 중국 e스포츠 회사 VSPO에 2억6500만달러(약 3575억원)를 투자하기도 했다.

이러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적극적인 투자에 아랍 에미리트 연합(UAE)도 맞불을 놨다.

UAE는 수도 아부다비에 총 10억달러(약 1조3490억원) 규모의 ‘e스포츠 섬’을 지을 예정이다. 두바이 기반의 e스포츠 라운지 네트워크 회사 트루게임즈의 주도로 진행되는 이 사업은 2억8000만달러(약 3777억원) 규모로, 아부다비 해변가에 자리한 인공섬에 관광객을 위한 고급 리조트를 비롯하여 선수들을 위한 전문 훈련 시설, 관계자들을 위한 콘텐츠 제작 공간이 조성되며, 섬 중심에는 수천 명의 관중이 참석할 수 있는 아레나가 지어진다.

오일머니의 파워에 국내 e스포츠 업계에서는 위기의식이 높아지고 있다. 이미 게임 업계에는 엔씨, 넥슨 등에 대량의 오일머니가 투입됐고, 부산시에 본부를 둔 국제e스포츠연맹(IeSF)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IeSF는 지난해 말 신임 협회장으로 사우디 왕족이자 자국 전자·마인드스포츠 연맹(SAFEIS) 회장인 파이살 빈 반다르 빈 술탄 알 사우드 사우디를 선출했다. IeSF는 2008년 설립 당시 한국이 주축이 된 곳으로 설립 직후 10년 동안 한국인들이 회장을 맡았던 곳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e스포츠의 종주국으로 인정받는 것은 사실이나 미국과 중국, 그리고 중동까지 가세해 업계를 주도하고 있지는 못하다"며 "업계 자체적인 대응으로는 한계가 명확할 것인 만큼 정부 등에서도 적극적인 관심을 보여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태 /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