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은 개발 중인 대규모 PvP 게임 '워헤이븐'의 얼리 액세스를 올 가을로 확정 짓고, 지난 19일부터 27일까지 스팀에서 얼리 액세스 체험판을 무료로 공개했다.

스팀 넥스트 페스트 참가에 따라 공개된 이번 체험판은 지난해 10월 진행했던 글로벌 베타 테스트 이후 약 8개월 만에 선보이는 플레이 버전으로, 부담 없이 즐기는 한 판을 목표로 게임성을 가다듬은 워헤이븐의 컨텐츠들을 제공한다. 넥슨은 더욱 강렬해진 액션성과 묵직한 손맛, 대규모 PvP 게임의 최대 매력인 난전 플레이의 긴장감과 박진감을 경험할 수 있다고 전했으며, 전투 규칙부터 UI/UX, 카메라 시점, 조작감 등 입문 난이도 조정을 위해 게임 전반에 반영된 여러 개선사항도 적용했다.

한편 이번 리뷰에 사용된 스크린샷은 그래픽 옵션 보통 세팅임을 미리 알린다.

■ 16 vs 16

프로젝트 HP였던 시절부터 쭉 워헤이븐은 양 진영에서 도합 32명의 플레이어가 전투를 벌이고 승패를 가르는 PvP 게임의 정체성을 챙겼다. 여기에, 냉병기와 마법적인 요소를 약간 섞은 중세 판타지풍의 전장을 그려내는 것에 주력해 각각의 플레이어들은 여러 병종을 구현한 캐릭터를 플레이하는 것이 가능했다. 이런 핵심 기조는 프로젝트에서 타이틀이 정식으로 정해지고, 얼리 액세스를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에도 유지되고 있다. 단, 찬찬히 뜯어보면 변화도 체감할 수 있었다.

워헤이븐에서 각각의 플레이어는 일반병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기본 유닛을 골라 게임을 즐기게 된다. 프로젝트 HP 알파 테스트부터 6종의 기본 유닛이나 4종의 화신 유닛은 유지되었지만 이번 얼리 액세스 데모 빌드에서는 기본 유닛 구성에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활을 사용하던 원거리 기본 유닛 아치가 멤버에서 빠지고 근거리 전투나 습격에 어울릴 것 같은 허시 들어왔다. 때문에 원거리 클래스가 2개였던 기존 테스트와 다르게 근중거리 캐릭터 5종과 회복 및 지원, 그리고 숙련자라면 전투도 담당할 수 있는 스모크가 유일한 원거리 클래스로 활약했다. 또, 전투를 이행하다보면 화신화 게이지가 채워지며 이를 모두 채우면 일시적으로 네 명의 화신 중 한 명으로 변신하는 것이 가능해 순간적으로 전장을 휘젓는 것이 가능해진다.

게임의 룰은 기본적으로 거점전의 방식을 따른다. 양측 플레이어는 매치 시작 후 4명씩 분대로 묶이며, 전투 시작 전 복수의 진격 루트 중 하나를 선택해 게임을 시작한다. 물론 처음 선택한 스폰 지역과 루트를 무조건 계속해야 하는 것이 아니고 특정 재화를 소모해서 같은 분대의 캐릭터 옆에 스폰되는 것도 가능하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매치의 전황을 잘 파악하면서 적절한 스폰 지역과 공격 및 방어 루트를 고려해보는 것이 꽤나 중요하다. 다만 점수 쌓기에는 전략에 무방하게 몰려다니면서 전투를 자주 치르는 것이 가장 좋았다고 느꼈다.

인트로 영상에서는 아치가 나오지만 인게임에선 허시에게 자리를 뺏겼다.

계정 레벨 10부터는 세 개의 슬롯에 특성을 장착하는 것으로 플레이를 특화시킬 수 있다.

■ 새로운 훈련소와 캐릭터, 전장

지난 테스트들에서도 몇 번 게임을 플레이하다보면 대충 감을 잡을 수 있는 게임이기는 했지만 이번 얼리 액세스 데모 빌드에서는 새로운 유입 플레이어가 더욱 게임의 감을 잡기 쉽도록 기본 조작을 가르쳐주는 기초 훈련소 외의 상급 훈련소를 추가했다. 사실 기존의 기초 훈련소는 정말 누구를 데려다 앉혀놔도 알만한 기본 조작 정도만 가르쳐주는 수준에 그쳤는데, 적어도 이번에 선보인 상급 훈련소를 플레이해보면 각 캐릭터들과 화신 캐릭터의 조작이나 효용성을 파악할만했다. 사실 이것 외에도 성유물 빙결석 등 게임 내에서 알려줘야 할만한 것들을 덜 알려준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사실 빙결석 등의 성유물을 사용하기 위해선 계정 레벨을 어느 정도 올릴 필요가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새로운 캐릭터는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궁수 캐릭터였던 아치의 자리를 비우고 사막의 전사 허시가 등판했다. 허시는 블레이드만큼 손쉽게 가드를 부수면서 무난하게 좋은 성능을 보이는 캐릭터는 아니지만 확실히 잘 하는 사람이 잡으면 그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는 캐릭터라고 느껴졌다. 사실 파일럿이 좋으면 어떤 캐릭터가 좋지 않겠느냐마는, 그럼에도 허시는 제대로 굴리기만 하면 일대일 특공 등에서 효과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적어도 양민 컨트롤의 입장에서 느낀 바는 그렇다. 집중 게이지를 풀로 채운 상태에서 스킬을 맞추면 수백의 피해량이 그대로 상대 캐릭터의 숨통을 끊어버리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상급 훈련소 허시 훈련

훈련소에서 여전히 게임의 기본 메커니즘이나 전략의 갈피를 잡을 수 있는 훈련은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쉽다고 적기는 했지만 제한적이나마 AI봇들을 대상으로 실전을 체험할 수 있는 연습 전장 컨텐츠가 존재한다. 한 손에 꼽을만한 수로 플레이할 수 있는 연습 전투를 통해 AI 밑 일부 실제 플레이어들이 일반 매치와 동일한 방식으로 진행되는 매치를 즐길 수 있다. 그러니까, AI전이라고 보면 되겠다. 다만 굳이 횟수 제한까지 둘 필요가 있나 싶다.

이번 빌드에서는 거점을 더 많이 점령해야 유리한 신규 모드 점령전과 중앙의 거점을 차지하기 위해 끝없이 전투를 펼쳐야 하는 쟁탈전까지 2종의 플레이 모드가 제공됐다. 일반전을 선택하면 이 두 가지 모드가 무작위로 매칭되는 방식을 취했다. 점령전의 경우 겔라와 모샤발크 맵에서 진행되며 쟁탈전 모드는 초기부터 존재했던 파덴과 새로운 맵 시한에서 진행된다. 특히, 신규 맵 시한은 화산재에 오염된 저주받은 섬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파덴 쟁탈전과 마찬가지로 대포나 발리스타 기믹이 존재하나 대포로 아예 중앙 거점의 상판을 무너뜨려 전장을 주저앉히는 것으로 새로운 국면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하다. 한 방향에서 견제와 공격이 가해지던 파덴의 맵 배치와 달리 시한은 각 리스폰 지역의 근처에 서로의 발리스타가 놓여 있어 이를 활용한 견제가 가능하나 대포가 중앙의 바닥을 부순 뒤에는 발리스타가 막 리스폰 된 적 외에는 노리기 힘들어진다. 특히 맵을 파괴하는 기믹을 사용하면 중앙 핵심 거점의 원형 건물로 통하는 두 개의 문이 개방되어 사실상 좁은 공간에 평지 환경의 전투가 되고 화신 먹바람이 노나는 플레이를 즐길 수 있게 된다.

쟁탈전 모드 시한의 중앙 거점과 대포

시한 중앙 거점 포격 파괴 기믹

■ 캐주얼한 변화와 퇴색

서두에서 사측이 발표한 바와 같이 부담 없이 즐기는 한 판을 목표로 삼았다는게 마냥 립서비스는 아니다. 확실히 지난 테스트 빌드에 비해 게임이 상당히 단순해졌다는 느낌을 주는 감이 있다. 일단 유저들의 캐릭터가 겹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우르르 무리지어 다니면서 하는 떼싸움의 효율이 상당히 올라갔고 전투도 한결 단순해졌다. 기존 테스트에서 보여줬던 워헤이븐의 색이나 전략성이 다소 바래는 선택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일단 겹쳐다니면서 싸움을 할 수 있게 되니 우르르 몰려가 전투를 벌이는 경향이 많아져 은근히 합을 맞추며 진행되기도 하던 분대 플레이나 센스 있는 전략을 자아내는 플레이어를 보기가 조금 힘들어졌거나 이를 실행하게 되는 시기가 늦춰졌다. 반대로 잠정 피해 시스템이나 늘어난 체력 등으로 TTK도 늘어났다.

이에 더해 뭉쳐서 싸우는 메타가 인기를 끄니 워해머의 밀집 전투력이 상당히 상승하는 효과도 생겼다. 전에는 무기끼리 튕기기도 하는 등 판타지를 섞으면서도 꽤 현실적인 고민을 하게 만드는 요소들이 있었다면 이제는 상황을 봐가면서 스킬이나 기술을 섞기는 하지만 뭉쳐다니며 왼쪽 클릭을 해대고 뭐가 뭔지 모르는 상황에서 죽이거나 죽어나가는 상황을 경험하게 되는 경우도 꽤 많이 벌어졌다. 얼리 액세스이기는 해도 출시를 올 가을로 잡은 시점에서 오픈까지 그리 긴 시간이 남지 않았는데 충돌 시스템을 빼낸 것은 워헤이븐의 색채도 사라졌다는 느낌을 줬다. 충돌 시스템과 같은 요소들은 마니악하다고 할 수 있지만 반대로 워헤이븐의 개성이자 매력으로 작용하기도 했던 부분이기에 아쉬움이 컸다.

진격전의 삭제도 아쉬운 선택이었다. 조정을 할지언정 중세 판타지 냉병기 전투의 꽃이라고 볼 수 있었던 모드였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얼리 액세스 데모 빌드에서는 해당 모드를 찾아볼 수 없었다. 점령전과 쟁탈전 모두 이겼을 때 상대적인 쾌감이 진격전에 비해서는 덜하다. 이번에 선보인 두 모드 역시 거점을 두고 치열하게 싸우는 것은 동일하고 승점 99%에서 상대 진영에게 짧은 저항의 기회를 주는 것도 있지만 진격전에서 느낄 수 있는 처절한 저항과 공세의 맛에 비하면 영 밋밋하다고 느끼기 쉽다.

직접적인 플레이 요소는 아니지만 매치에서 리더보드를 제외하고 상위 3인의 카드만 보여주는 선택은 나름대로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현재 팀플레이 게임의 기조 자체가 소위 정치라고 부르는 비난의 장이 기본이 된 시점에서 고인물과 뉴비 플레이어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기 쉬운 워헤이븐과 같은 게임에서는 리더보드를 공개하지 않는 것도 좋은 선택이라고 본다. 당장 이번 데모 빌드에서조차 자신이 팀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아군 플레이어들을 강한 언사를 동원해 무자비하게 비난하던 플레이어를 볼 수 있었는데, 이런 분위기는 뉴비 플레이어 유입을 저해하는 경향이 있으니 말이다.

여러 변경점과 새로운 컨텐츠들을 선보인 워헤이븐은 확실히 게임이 캐주얼해진 감은 있어 장벽은 내려갔지만 전반적으로 개성이 줄어들었다는 느낌을 준다. 기존 테스트를 플레이했고 거기에 매력을 느꼈던 플레이어의 입장에서는 아쉬운 입맛을 다시게 만들었다.​ 

아 매치 내용을 기반으로 한 칭찬 카드도 여전히 괜찮았다.

조건희 /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