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 없는 찐빵'처럼 블록체인 기능이 빠진 '블록체인 게임'들이 출시되고 있다. 게임물관리위원회에서 블록체인에 대한 법률 검토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카이피플은 지난 23일, '파이브스타즈'을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 원스토어에 출시했다. 수집형 턴제 RPG인 이 게임은 본래 블록체인 기반의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 기능이 탑재될 계획이었다. 게임 내 아이템을 NFT로 변환하고, 이를 암호화폐를 이용해 사용자끼리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6월 초 게임위에 심의를 접수했음에도 불구하고 블록체인 기능 때문에 심의가 3개월 이상 지연되자 결국 블록체인 기능이 빠진 채 출시 됐다. 이름도 '파이브스타즈 for 클레이튼'에서 그냥 '파이브스타즈'로 변경됐다.

엠게임은 29일, 오늘 '프린세스메이커 for 클레이튼'을 구글 플레이에 출시했다. 이 게임은 '프린세스메이커' IP를 활용한 캐주얼 게임으로, 매일 한정된 횟수의 주사위를 굴리는 간단한 방식으로 딸의 성장 엔딩을 수집하고 특정 엔딩을 NFT로 발행하여 이용자끼리 거래 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 게임 역시 블록체인 기능을 '차후 지원할 예정'으로 미룬 채 출시 됐다. 참고로 엠게임은 자사의 유명 게임인 '귀혼' IP에 블록체인 기능을 더한 신작도 개발 중이다. 엠게임은 "진화된 방식의 새로운 버전 출시를 위한 연구개발과 자사 블록체인 게임 자체 경제 시스템 구축을 위한 노력도 계속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외에 '소울시커: 6번째기사단', '신과 함께' 등도 블록체인 기능이 빠진 채 출시됐다. 이 들은 모두 기존에 서비스 됐던 게임에 블록체인 기능을 붙이고 이에 맞는 새로운 콘텐츠, 새로운 이름으로 변화를 꾀했으나 가장 중요한 블록체인 기능이 빠졌다. 이들은 모두 "차후 업데이트를 통해 지원할 것"이라는 입장을 덧붙였다.

(좌측부터) 파이브스타즈, 프린세스메이커, 신과함께

게임위는 블록체인 게임에 대해 '사행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2018년에는 플레로게임즈의 '유나의 옷장'이, 지난해 11월에는 노드브릭이 개발한 블록체인 게임 ‘인피니티 스타’가 최종적으로 등급을 부여받지 못했다.

게임위는 블록체인 기술이 없는 일반 인게임 콘텐츠는 문제가 없으나, 게임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아이템을 자산화하는 것에 대해 심층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일단 게임 아이템을 NFT로 발행하면, 현금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게임위가 블록체인 게임에 대해 마냥 부정적인 입장은 아니다. 지난해 11월과 12월, 올해 5월 등 수 차례에 걸쳐 관련 업계와 간담회를 갖고 블록체인 등 신기술이 적용된 게임에 대한 등급분류를 논의한 바 있다. 참고로 이 자리에서 황성익 한국블록체인콘텐츠협회장은 조속히 '가이드라인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법에 저촉되는지 여부를 명확하게 파악해야 빠른 개발이 가능하게 될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다만 게임위가 좀 더 서두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5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표한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에 블록체인과 클라우드 등 신기술 바탕 게임의 특성을 고려한 등급 분류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으나 4개월이 지난 지금도 블록체인 게임의 등급분류는 지연되고 있다.

특히 해외에서는 이미 '갓즈언체인드', '크립토키티' 등 블록체인 게임들이 시장에 안착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28일 블록체인을 한국판 뉴딜 펀드 197개 품목 중 하나로 확정하는 등 차세대 산업으로서의 주목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국내 게임업계도 이에 대비하려면 게임위 역시 발빠르게 움직여야 할 전망이다.

게임위는 현재 금융당국 등 주무부처와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위 관계자는 "뚜렷한 공시 기준이 없고 가격이 매시간 변하는 가상자산에 대해 금융당국이나 정부에서 내린 뚜렷한 정의가 없다보니, 게임의 사행성에 대한 평가 근거도 부재한 상황"이라며 "우선 가상자산의 화폐 단위 평가 기준이나 환전 등에 대한 검토가 최우선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김은태 /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