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이탈리아의 게임 개발사 KUNOS Simulazioni에서 선보인 ‘아세토 코르사’는 서킷을 배경으로 한 현실 기반의 레이싱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핸들링은 물론 세세한 차체 조작까지 정교하게 구현, 마치 플레이어 자신이 서킷을 달리는 레이서가 된 듯한 뛰어난 현장감과 몰입도를 자랑하며 현존 최고의 리얼리즘 하드코어 레이싱 게임이라 불리는 등 전 세계 게이머들과 평론가들의 호평과 찬사를 받아왔다.

지난 23일 디지털터치에 의해 PS4 플랫폼으로 출시된 시리즈의 최신작 ‘아세토 코르사 콤페티치오네’는 전작보다 한층 더 강화된 리얼리즘 요소, 그리고 다수의 레이싱 컨텐츠 등으로 무장해 시리즈 팬들을 반긴다.

■ GT 레이싱의 심도 있는 재현, 현장감과 몰입도는 최상

레이싱 게임은 크게 아케이드, 그리고 리얼 지향 게임 두 분류로 나눌 수 있는데 본 작품은 앞서 말했듯 전자에 속한다. 그리고 리얼리즘의 완성도 역시 동종 장르 중 가장 독보적이라 할 수 있겠다. 리얼 지향 레이싱을 논할 때 절대 빠질 수 없는 대표작 ‘그란투리스모’ 시리즈나 ‘프로젝트 카스’, 그리고 PS4 독점작 ‘드라이브 클럽’ 등 그 이상으로 말이다.

먼저 게임 컨텐츠에 대해 소개하자면 본 작은 실제 대회를 기반으로 한 리얼계 서킷 레이싱 게임인 만큼 서킷에서 벌어지는 챔피언십을 메인으로 한다. 이 외에도 자신의 기록 한계에 도전하는 커리어 모드나 타임 어택, 내구도 레이싱 스페셜 매치 등 수십 여종의 다채로운 모드와 경기가 포함됐다.

아울러 온라인 멀티 플레이 역시 지원, 플레이어는 공개 매칭과 랭크 기반의 경쟁전을 즐길 수도 있다.

멀티 플레이는 한국인과 일본인 위주로 매칭이 이뤄져 핑(Ping) 역시 양호, 게임 반응 속도 등으로 게임의 공정성이 저해 받는 일은 딱히 경험할 수 없었다.

이 중에서 필자가 가장 만족한 컨텐츠는 바로 내구도 레이싱. 말 그대로 차량의 내구도가 다 할 때까지 서킷을 도는 것. 플레이어는 해당 모드를 통해 본 게임이 지닌 리얼 레이싱 시뮬레이션 게임으로서의 가치를 제대로 경험할 수 있는데, 브레이크 및 스토틀의 조작 및 공기압 체크, 그리고 트랙 노면 상태와 온도, 날씨 변화의 체크 등이 이에 포함되며 이들을 수동으로 조작하게 되며 타이어의 마모도와 엔진 온도 역시 실시간으로 체크 하는 등 실제 레이싱 대회를 방불케하는 현장감이 특징이다

등장하는 차량의 수는 20여 대가 조금 넘으며 서킷 레이싱이란 본 작의 컨셉에 걸맞게 에스턴 마틴, 아우디, 벤틀리, 페라리, 람보르기니, BMW, 멕라렌과 포르쉐 등 실존하는 유럽 각국의 다양한 GT(Grand Tourer) 명차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덧붙여 일본차는 혼다와 닛산, 그리고 렉서스가 포함됐다.

작 중 등장하는 트랙 역시 차량과 마찬가지로 현존하는 각국의 인기 서킷을 게임 내 담아냈고, 낮과 밤으로 구분되는 실시간 시간대의 변화 및 우천 등을 동반한 역동적인 날씨 변화 시스템, 그리고 뛰어난 광원 효과로 무장한 그래픽은 플레이어의 감탄을 자아낼 만큼 멋있다. 더불어 서킷과 차량 모두는 실제 대회에서 현역으로 굴렸거나 지금도 여전히 활약 중인 것들로 구성돼 빼어난 현장감을 자랑한다. 물론 작품 내 등장하는 팀이나 드라이버도 마찬가지.

다만 차량과 서킷의 수는 전작에 비하면 상당히 조촐한 편. 현재로선 이 볼륨이 전작의 절반이 채 되지 못해 이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물론 이번 작품도 전작처럼 추후 차량 패키지 DLC가 발매 예정이니 차량의 볼륨에 대한 확고한 평가를 내리긴 아직 불명확한 점, 그리고 전작과 달리 본 작에서 추가된 서킷, 차량 모두가 오로지 실존하는 것으로만 이뤄진 점은 게임의 현실감, 그리고 시뮬레이터로서의 현장감을 한층 증가시키는 요소로 작용하니 이 점에 대해선 성급한 판단을 보류토록 하겠다.

전반적인 게임의 난이도는 모든 레이싱 게임을 통틀어 세 손가락 안에 꼽힌다 말해도 과언이 아닌 편. 이는 어디까지나 필자의 주관적인 관점이긴 하나 앞서 말한 다양한 GT 머신 컨트롤, 그리고 노면과 기상의 변화와 공기역학, 휠 밸런스까지 신경 써야 하는 너무나도 현실적인 플레이는 리얼계 서킷 레이싱게임의 대표작 그란투리스모를 무려 20여 년 가까이 즐겨온 필자라 할지라도 초반 적응이 힘들었다.

■ 어렵지만 깊이 있는 조작 시스템, 프레임과 그래픽은 개선의 여지가 남아

이로 인해 본 작품은 속도감과 질주의 쾌감이 우선시되는 일반적인 게임보다 시뮬레이터에 더 가까운 인상이 든다. 유로트럭이나 플라이트 시뮬레이터처럼 말이다. 이런 매니악함 때문에 본 게임은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상당히 갈리는 편으로 진정으로 게임다운 속도감과 조금 덜 정교한 조작을 원한다면 차라리 포르자 시리즈를 즐기는 편이 더 낫겠다.

게임 플레이 난이도를 너무 어렵다고만 평가한 것 같지만, 그렇다고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 하지 않던가? 플레이는 난이도 조정이 가능한 AI와의 매치, 그리고 프리 플레이 모드 등을 통해 손이 익숙해질 때까지 조작을 연습할 수도 있고 이를 통해 맛보기 되는 현실감 넘치는 게임 플레이에 어느덧 매료된다. 이마저도 어렵다면 옵션에서도 차량 조작 난이도를 어느 정도 조정 가능하다. 이처럼 리얼리즘 하나는 정말 일품. GT 레이스 시스템, 그리고 머신의 조작을 이처럼 깊고 심도 있게 다루는 게임은 사실상 본 작품이 유일하다.

덧붙여 G29와 같은 레이싱 휠이나 페달, 수동 변속기 등의 주변 기기를 사용할 경우 이 재미는 보다 극대화된다. 필자는 아쉽게도 오로지 듀얼쇼크를 통해서만 게임을 플레이했지만 이 역시 손맛이 나름 우수, 차량의 반발력이나 속도감, 무게감 등이 진동을 통해 손으로 전해지는 느낌은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다만 프레임과 그래픽 퀄리티는 생각보다 아쉬운 편. 먼저 프레임의 경우 PS4 일반형과 프로 모델 둘 다 30FPS 고정, 이마저도 게임 진행 중 프레임 드랍이 있고 레이싱에 참여하는 차량이 많을수록 그 횟수가 빈번해진다.

아울러 그래픽 퀄리티 역시 PS4의 황혼기, 그리고 시리즈의 첫 출시 후 무려 6년여 만에 선보인 작품치고는 전작과 큰 변화를 느낄 수 없었다. 전체적인 그래픽 디테일은 PS4 런칭 초기에 출시한 드라이브 클럽과 비교해 별반 다를 바가 없고 이마저도 군데군데 그래픽이 튀는 등 그 만듦새가 상당히 엉성했다. 그나마 광원 효과 및 실시간으로 바뀌는 시간대와 날씨 변화, 특히 비에 젖은 노면 디테일 정도가 봐줄 만했다. 이렇듯 게임 최적화는 썩 좋지 못한 편.

이처럼 본 작품은 실존하는 드라이버와 팀, 그리고 현역 GT 머신들과 대회 서킷을 배경으로 현실감, 생동감 넘치는 레이싱의 재미를 선사한다. 하지만 위에서 말했듯 간헐적인 프레임 드랍, 그리고 고르지 못한 그래픽 품질 등은 개선의 여지로 남는다. 리얼계 서킷 레이싱, 나아가 현장감 넘치는 드라이브 시뮬레이터를 원하는 이들에게 본 작품을 권한다.

김자운 /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