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주인공 역할인 슈퍼히어로를 밀어내고 빌런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게임이 출시됐다.

인플레이인터렉티브는 워너브라더스인터렉티브엔터테인먼트와 협력해 '레고 DC 슈퍼 빌런'을 PS4 및 닌텐도 스위치로 선보였다. 이 게임은 최근 출시되는 레고 게임과 마찬가지로 레고와 인기 IP(지적재산권)을 결합한 신작이며, '레고 배트맨' 시리즈 계보를 잇고 있다.

이번 신작은 '배트맨'이란 초대형 IP를 버리고 빌런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유는 영화 시장 속 슈퍼히어로 흐름에 편성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과거 슈퍼히어로는 원작 코믹이나 애니메이션, 게임 등에서 큰 사랑을 받았으나, 90년대 말부터는 슈퍼히어로물의 영화화 성공으로 영화 시장에서 인지도가 더 높아졌다.

슈퍼히어로 영화화 성공과 빌런 주인공은 무슨 상관이냐고 의아해할 수 있지만, 요즘 개봉하는 슈퍼히어로 영화를 보면 소모적인 존재로만 존재하던 빌런이 입체적으로 표현돼 슈퍼히어로 이상 가는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특히 DC코믹스 영화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워너브라더스는 이런 흐름을 먼저 캐치해 빌런 집단이 주인공인 영화 '수어 사이드 스쿼드'를 개봉해 흥행 성공과 동시에 할리퀸 등의 빌런을 대중적으로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고, 얼마 전에는 경쟁사도 마블코믹스 인기 빌런 '베놈'을 주인공으로 한 베놈을 개봉해 빌런 열풍을 일으켰다.

즉, 크리스포터 놀란 감독의 배트맨 3부작 및 애니메이션 시리즈가 인기 있었을 때는 레고 배트맨 시리즈 밀어붙였지만, 지금은 빌런이 더 유명해졌기 때문에 타이틀명도 변경됐다고 보면 된다.

아울러 게임은 기존 레고 슈퍼히어로 게임과 큰 차이를 보이진 않는다. 다양한 능력을 가진 2명 이상의 히어로를 가지고 적을 해치워가며 퍼즐을 풀어 이야기를 전개 시키는 오픈월드 게임이고, 전 연령 대상으로 개발된 컨셉답게 누구나 손쉬운 조작으로 슈퍼 액션을 펼칠 수 있다.

또한, 이번 작은 원작을 의식하지 않은 오리지널 스토리이기 때문에 메인 시나리오가 빌런들이 중심이 아닌, 플레이어 분신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또 빌런은 슈퍼맨의 라이벌 '렉스 루터'와 배트맨의 라이벌 '조커'가 플레이어를 이끌고, 영화로도 등장해 친숙한 '할리퀸'과 '데드샷', '조드' 등을 게임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덧붙여 이 게임 기본 베이스 자체가 레고 배트맨 시리즈이기 때문에 배트맨 빌런 비중이 높은 편이다.

그리고 레고 DC 슈퍼 빌런은 타이틀만 보면 빌런을 가지고 세상을 파괴하는 내용 같지만, 실체는 영화 수어 사이드 스쿼드와 비슷하다. 렉스 루터와 조커 일당이 슈퍼히어로 집단 '저스티스 리그'와 맞붙던 중 지구3에서 갑자기 출몰한 빌런이 된 저스티스 리그인 '크라임 신디케이트'가 저스티스 리그를 몰아내고 자신들이 주축이 되겠다고 선언해버리고, 빌런 일당이 이들이 현재(게임 메인 세계)의 지구를 크라임 신디케이트에게 되찾는다는 내용을 그리고 있다. 사실 그냥 현재 빌러들 입장에선 갑툭튀한 크라임 신디케이트가 꼴 보기 싫어서 나선 것인데, 어쩌다 보니 세상을 위한 일을 한다는 흐름...

이외로도 빌런이 많아져 정형화된 슈퍼히어로 액션 외에 독특한 액션이 늘어났다는 점이 인상 깊고,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게 멀티 플레이 마련, 한글화 지원, 코믹/영화/애니메이션/드라마 요소가 모두 혼합된 점 등 일반 유저 및 슈퍼히어로물 팬이라면 흥미가 갈만한 요소들이 대거 마련된 것이 강점이다.

레고 게임 자체가 기본 완성도가 훌륭하기 때문에 그것을 베이스로 만든 이번 작품도 재미있다. 하지만 레고 게임 특유의 난잡한 퍼즐 구성과 불편한 시점은 아쉽다.

슈퍼히어로 영화는 매년 개봉하고 있다. 레고 게임은 매년 관련 영화에 맞춰 관련한 신작을 지속해서 선보이고 있는데, 영화만 접해도 '아 저런 캐릭터가 있었지!'하고 찾는 재미가 있으니 관심이 있는 유저라면 한번 즐겨보자. 

이동수 / ssrw@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