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으로부터 하루 뒤, 다시 연두고로…'화이트데이2:거짓말하는 꽃 Ep.1'   에피소드 분할 출시

2023-02-28 02:44:41


루트엔스튜디오는 지난 16일 국내 대표 호러 어드벤처 게임 시리즈 최신작 '화이트데이2:거짓말하는 꽃'의 Episode 1을 출시했다.

 

화이트데이2:거짓말하는 꽃은 전작인 화이트데이:학교라는 이름의 미궁을 잇는 공식 후속작으로 화이트데이 전날 밤의 소동이 마무리되지 않은 3월 14일 밤 다시 연두고교에 향하며 같은 무대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화이트데이2:거짓말하는 꽃은 총 3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며 에피소드별 동일 사건과 장소에서 서로 다른 캐릭터들을 시점으로 사건이 진행되고 각각의 결말을 마주하게 된다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플레이어는 폐쇄된 학교로 들어온 캐릭터를 플레이하면서 지난 사건을 통해 밝혀지지 않았던 비밀들을 확인하기 위해 단서를 찾게 되고 그 과정에서 기괴한 현상을 겪으며 연두고교에 숨겨진 진실들을 알아가게 된다.

 

플레이어의 선택이 캐릭터들의 행동에 영향을 끼쳐 다양하게 스토리가 전개되고, 예를 들어 Episode 2에서 진행한 스토리에 따라 Episode 1을 다시 플레이했을 때 다른 엔딩이 펼쳐질 수 있는 다중 재핑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소개하고 있지만 현 시점에서는 Episode 1만이 출시된 상태이므로 이 기능을 체감하는 것은 향후 분할 에피소드가 출시된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 화이트데이 이후의 이야기

 

2001년에 처음 발매된 화이트데이:학교라는 이름의 미궁은 한국 호러 게임들 중 가장 유명한 고전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부제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학교를 배경으로 연출되는 동양적 공포와 당시 만연하던 학교 괴담 등 독특한 소재와 게임성을 호러 게임 팬들에게 인정받으면서 지금까지도 팬들의 플레이가 이어지며 명맥을 유지하던 게임이다. 이에 몇 년에 한 번씩 리메이크작이나 다른 플랫폼에서의 출시가 있었고 결국 무산되기는 했지만 VR로의 개발이 진행되기도 했었다.

 

사실 화이트데이는 한국식 공포 장르에서 보여줄 수 있는 많은 것들 중 평소 우리가 평범하게 접할 수 있는 학교가 밤이 되면, 혹은 홀로 있으면 을씨년스럽고 어딘가 무서운 분위기로 돌변한다는 점, 그리고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심지어 대학교까지 전국의 많은 학교에 저마다의 괴담이 있다는 문화적 특성을 소재로 삼아 학교를 무대로 펼쳐지는 호러 소동 및 탈출극과 그 사이에 쌓는 인간관계나 비밀들을 한껏 느낄 수 있도록 해준 게임이다. 2001년판 첫 작품은 다소 투박한 감이 있어도 공포 분위기와 잠입과 퍼즐 요소들의 저울질을 나름대로 적절히 해내서 많은 팬을 만들어냈다.

 

화이트데이2:거짓말하는 꽃도 그 배턴을 이어받아 같은 시대인 2001년에 같은 무대인 연두고에서 발생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주인공이 달라지기는 했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20년 이상 여러 게임들을 통해 보여줬던 동일한 장소를 활용했다는 점에서 다소 식상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1편의 화재 이후 야밤에 학교에 뛰어든 두 남녀가 잠입 도중 경찰에게 발각되고 급하게 도망치다 흩어지게 되면서 게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다만 이 시점에서는 딱히 플레이어에게 어떠한 목적이 있다던가 하는 것이 아니라서 1편에 비해 상당히 어두워진 연두고를 돌아다니며 문서나 도구, 수의 패 조각 같은 아이템을 모으면서 갈 길을 찾아야 한다.

 

1편과 마찬가지로 난이도에 따라 나타나지 않는 아이템이 있기도 해서 세 가지 난이도 중 보통 이상의 난이도로 플레이해야 전반적인 컨텐츠를 모두 이용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 어두워진 연두고를 헤매며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일단 게임이 시작되면 동행자와 흩어져서 혼자 학교를 돌아다녀야 한다는 게임의 정체성 자체는 지켜지고 있다. 이후 주변을 돌아다니며 여러 단서와 아이템을 수집하며 이야기를 진행시켜야 하는데, 전반적인 진행 방식은 굉장히 단순하다. 일단 주변을 돌아다니며 학교를 탐색하다 아이템을 얻고, 퍼즐에 대한 단서나 게임 설정을 알 수 있는 읽을거리 등을 습득하고 막힌 길의 퍼즐을 풀어나가는 것의 반복이다. 다만 이 퍼즐 요소가 비슷한 구조로 계속해서 반복되는 것이 특징이다.

 

또 다른 큰 차이점이라면 전체적으로 연두고가 어두워졌다는 것이다. 무슨 이야기냐면, 물리적으로도 전작에선 전등을 켜거나 끌 수도 있었고 실제 감마도 아주 어둡진 않은 편이라 어느 정도 조명 도구인 라이터를 켜지 않은 상태로 진행하기 무난했다. 하지만 전작으로부터 하루 뒤인 화이트데이2:거짓말하는 꽃의 경우 물리적으로 전등이 작동하지 않고 기본적인 감마 수치도 상당히 어둡게 조정되어 있어 이를 키워도 유의미한 효과를 얻기가 다소 힘들다. 라이터 대신 손전등을 켜서 시야를 확보할 수 있게 됐지만 일단 손전등을 켜지 않으면 정말 앞이 보이지 않는 수준으로 어두운 부분들이 많다.

 

이 어두운 분위기는 나름대로 그럴싸한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하고, 이 와중에 만날 수 있는 심령적인 존재들은 플레이어가 놀라게 만들기에 적합하다. 이번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심령적 존재들은 갑자기 플레이어를 깜짝 놀라게 하는 경우가 꽤나 있는 편이고, 아직 갈 수 없는 장소는 플레이어를 막기 위해 심령요소를 배치하기도 했다. 심령존재가 아닌 추격자는 둘이라고 볼 수 있다. 전작의 수위가 아닌 인트로에서 볼 수 있는 경찰이 추격자가 됐으며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인물도 특정 지역에서 만날 수 있다.

 

또, 전작처럼 도시락을 먹어 체력을 회복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평상시에 서서히 체력이 회복되는 방식을 채택했다. 그대로 유지된 것은 웅크려서 이동하는 것과 달리기, 그리고 이 달리기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현기증 등이 있다.

 


경찰복은 조금 시대에 맞지 않는 것 같다

 


 


손전등을 켜지 않으면 이런 상황이

 

■ 지금으로선 미완성

 

개발사의 공지를 통해서도 언급된 부분이지만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첫 번째 에피소드만 출시된 상태에서의 화이트데이2:거짓말하는 꽃은 미완성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신작이다. 물리적으로도, 게임 내적인 문제로도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일단 첫 에피소드만 출시된 상태에서는 앞서 소개된 재핑 시스템이 활용될 여지가 없어 한정된 엔딩만 볼 수 있는데 이 엔딩도 정상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사실상 배드엔딩으로 보이는 것들 뿐이다. 지금은 다소 수정이 됐지만 추격자인 경찰 AI나 퍼즐로 늘어지는 시간을 생각하면 좀 허망하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다. 이것이 다음 에피소드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방식이 아니기도 하니 더욱 그렇다.

 

한국적인 공포 소재나 스토리의 당위성 모두가 줄어들었다는 느낌도 받았다. 일단 전작의 주인공은 좋아하는 아이에게 선물을 몰래 두고 나오려다가 갇혀버리고, 이후 일련의 사건들을 마주하게 되는 서사가 있는데 이번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아르바이트 도중인 편의점에 찾아온 여사친이 담배도 낼름 빼먹고 일방적으로 하자는대로 화재가 일어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심령현상이 아니어도 위험한 연두고에 스스로 기어들어간다. 처음 등장했을 때 주인공을 향해 밤에 야동봤지?라고 말하는 대사는 정말 올드한 감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그야 시대적 배경이 배경이니까 그럴만도 하다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왜 이런 담배탈취자 때문에 연두고같은 지옥으로 들어가는가

 

게다가 추격자였던 수위가 미친 사람이라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던 연출이 있었던 전작과 달리 경찰의 추격자화는 상당히 느닷없다. 그저 전작을 알고 있던 사람이 아 이번 추격자가 경찰이구나라는 것을 직감하고 넘기는 정도지 그가 왜 추격자인지 보여주는 장면이 없다. 여기에 스포일러가 되어 자세히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새롭게 추가되거나 변경된 장소들 중 가장 새롭다고 할 수 있는 장소가 상당히 게임의 정체성을 무너뜨린다는 느낌을 줬다. 전작도 사실 이런저런 비밀이 숨겨진 곳이 연두고이기는 했지만 이 장소의 존재와 그 용도 등이 화이트데이가 가진 동양적 공포 소재와 무대를 갑자기 서양 호러 무비로 옮겨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게 만든다.

 

게임 내 고증이나 공포 요소 면에서는 시대적 배경이 맞지 않는 것도 있지만 당시의 반영을 잘 하고 있는 부분도 있고, 완전히 공포에 취약한 사람이라면 연두고 분위기 자체나 다소 투박한 그래픽으로도 오히려 공포심을 느끼기 쉬울 수 있는 정도라고 생각된다. 특히 갑작스러운 조우나 우연히 시선을 돌린 곳에서 마주칠 수 있는 존재들을 처음 마주쳤을 때는 더 그럴 것이다. 한편으로는 조형 자체도 의외로 빼어나고 등장신도 인상적인데 선택지에 따라 은근히 서윗한 면을 느낄 수 있는 빨간마스크의 존재는 공포와는 다른 의미로 좋았다.

 

추후 에피소드들이 출시되면 어떻게 달라질지는 알 수 없겠지만 현재로서 화이트데이2:거짓말하는 꽃 에피소드1만을 두고 평가하자면 전작의 아성을 뛰어넘기엔 힘들어보인다. 실사풍으로 변경된 그래픽도 다소 어색함을 선사하며, 리메이크판 등에서 적용됐던 카툰풍의 그래픽을 선호했다면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만한 부분.​ 

 


 

 

조건희 /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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