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디로 살점을 잔뜩 붙인 던전키퍼형 게임, '던전스4'   지하에선 던전운영, 지상에선 RTS

2023-11-22 21:02:20


에이치투 인터렉티브는 렐름포지 스튜디오가 개발하고 칼립소 미디어 디지털이 퍼블리싱하는 던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던전스4' PC, PS5 한국어판을 지난 9일 정식 출시했다.

 

던전스4에서는 절대악이자 던전의 지배자인 던전 로드와 그의 충실한 하인 다크 엘프 탈리아가 전작에서 선과 싸우고 승리를 거둔 자의 후계자가 되어 돌아왔다. 편안하고 안락한 던전을 건설하고 크리처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이들을 통치하며 지상으로 올려보내 선한 세력의 사람들에게 절대악이 여전히 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못하게 하는 것이 목표다. 사악한 크리처들을 신록이 가득한 지상으로 투입해서 불타는 세계로 만들어버리는 플레이어가 악역으로 임하는 게임이라는 점이 특징적이다.

 

던전스4에서는 지상의 엘프와 인간 외에도 광대한 지하 자원을 갈망하고 있는 드워프들이 새로운 경쟁 상대로 등장하며 던전의 중심을 찾아내기 위해 레이드 파티들을 파견하거나 지하에서 채광을 하다 플레이어와 맞닥뜨리기도 한다. 한편, 이번 리뷰의 플레이 기종은 PS5다.

 

 

 

■ 점령을 했으면 다시 빼앗겨야겠지?

 

던전스4는 캠페인을 시작하자마자 전작에서 던전 로드와 탈리아가 선의 세력과 전쟁을 벌여 마지막 영토를 남겨뒀다는 언급과 함께 탈리아를 조작해 마지막 남은 적의 영웅들을 말살하려는 전투를 진행하게 된다. 이 적은 탈리아가 직접 처단한 양아버지 타노스의 아들, 그러니까 이복형제 트리스탄이다. 막강한 군단을 이끌고 강력한 영웅 캐릭터인 탈리아를 조작해 치르는 캠페인 첫 전투는 상당히 수월하게 진행되고 실제로 트리스탄을 죽음 직전까지 몰아붙인다. 하지만 트리스탄은 차원문을 열어 탈주하게 되고, 탈리아는 누가 봐도 타노스의 인피니티 건틀렛 같은 물건을 진상하겠다고 가져와 손가락을 튕겨 던전 로드를 가루로 만들어버린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탈리아가 지배자의 자리에 앉아 엉망으로 통치하다 완벽하게 기울었던 전황이 다시 변화하기 시작하는 것이 던전스4의 시작이다. 엉망진창의 운영을 하다 포로로 붙잡혀가는 탈리아는 덤이다. 플레이어는 이렇게 잡혀가는 탈리아를 추적하면서도 동시에 지하의 던전을 관리해야 한다는 두 배의 업무에 시달리게 된다. 전반적인 스토리의 흐름은 다시 악이 지배하는 세계를 만들기 위해 플레이어가 고군분투하는 것이 주가 되나 시리즈 자체가 한시라도 조크를 하지 않으면 좀이 쑤셔하는 느낌인지라 사방이 패러디 천지에 제4의 벽을 넘나드는 모습을 굉장히 많이 볼 수 있다.

 

엄밀히 말하자면 던전스4의 스토리는 굉장히 단순한 기초 뼈대에다 덕지덕지 여기저기서 가져온 패러디나 제4의벽을 넘는 대사들이란 살점을 기워붙인 일종의 누더기골렘 같은 형태를 취하고 있다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장 게임 플레이의 지상 부분 컨텐츠는 아예 통째로 워크래프트 시리즈의 느낌이 나기도 하고 말이다.

 


 


 

 

 

■ 지하의 운영과 지상의 전투

 

게임은 던전을 운영해 지상의 지배권을 다시 가져가려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이를 크게 두 가지 컨텐츠로 나눠 플레이어에게 제공했다. 일단 기존의 던전 키퍼 방식을 고수한 던전 컨텐츠는 지하의 컨텐츠다. 잔챙이들에게 명령을 내려 지하의 미개척 공간을 파고 이런 식으로 공간을 확보해 연구한 다양한 건물들을 건설하는 것으로 던전을 꾸려나갈 수 있다. 금을 저장해두는 금고나 식사를 담당하는 칠면조 사육장 같은 것부터 크리쳐들을 영입하면 그들이 대기할 수 있는 진영별 은신처, 통로나 벽의 함정, 문 등 다양한 던전 구성품들을 통해 굳건하면서도 풍족한 던전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투나 던전 방어에 나설 수 있는 군대 크리처들은 진영에 따라 특색이 살아있고, 진영 연구에 따라 강해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오크, 나가 등을 소집해 부릴 수 있는 호드 진영은 은신처를 제공해서 그곳을 숙소처럼 활용하며 나가가 전방의 오크를 회복시키는 방식으로 전통적인 형태의 군대를 꾸릴 수 있다. 악마들은 숙소가 아닌 일종의 균열을 형성해 그곳만 파괴되지 않으면 죽어도 다시 부활할 수 있는 병종이다. 이들은 전투 피해를 입지 않고 있을 때는 자연회복을 한다는 특징도 가졌고 주문을 활용한 위력적인 전투에도 능하다. 이런 식으로 각 진영별의 병종 차이나 개성을 부여해뒀다.

 


 

 

 

자원 채집이나 건물 및 함정 설치, 함정 설치를 위한 재료 생산 등 잡일을 도맡아 하는 잔챙이들과 전투 크리쳐 모두를 포함해 각각 욕구를 지니고 있어 이를 나름대로 관리해줄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초반 캠페인에서 사용할 수 있는 호드나 악마 진영은 급여 외에도 칠면조를 상당히 좋아하는 편이라 칠면조 수급을 넉넉히 해주는 편이 좋다. 불만이 생긴다고 아예 활동을 멈추는 것은 아니지만 파업에 들어간 크리쳐들은 효율이 극도로 떨어지고 긴급한 상황에만 움직이니 엄밀히 따지면 파업한 크리쳐만큼 인력이 마비되는 셈이다.

 

지하의 던전을 가꾸다 때때로 드워프 채굴단을 만나기도 하고, 선 세력에서 던전으로 파견한 병력들을 상대해 방어전을 펼쳐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공격들을 막아내면서 지상과 연결된 통로를 확보하고 이곳을 통해 병력 크리쳐들을 지상에 올려보내 공략을 진행해야 한다. 지상은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RTS 게임들, 특히 워크래프트와 비슷한 느낌으로 진행된다. 병력들을 이끌고 캠페인의 지상 맵을 지나다니면서 적의 병력이나 건물들을 파괴하는 것이 목표다. 소속된 진영에 따라 던전에 적의 습격과 같은 변고가 생겼을 때 즉각 귀환하는 것도 가능하다.

 


 

 

 

■ 던전에 좀 더 집중했다면?

 

던전스4에서 치밀한 스토리를 기대하고 플레이하는 사람이야 없을 것 같기는 한데, 그래도 일단 말해보자면 스토리가 굉장히 단순하고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패러디와 헛소리에 치중되어 있기 때문에 이쪽 방면에 흥미를 가지고 플레이한다면 꽤나 실망할 가능성이 크다. 거기에 해외 반응은 어떨지 모르지만 국내에서는 던전스4가 준비한 농담들이 그렇게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기도 하다. 단순히 언어적 감성의 차이만이 아니라 초반에는 피식할 수 있지만 계속해서 쉬지않고 속된 말로 뇌절을 하니 유머러스하다기보다 재밌어보이려고 기를 쓴다는 느낌이 강하다. 본인들도 알고 있는지 아예 옵션에서 발언 빈도를 조절할 수도 있다.

 

지상에서 RTS 스타일로 전투를 치르거나 다른 플레이어와 협동을 할 수 있는 컨텐츠들이야 좋다면 좋다고 할 수 있지만 여기에 부을 여력을 던전 컨텐츠에 몰아줬다면 더 재미있는 플레이가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일단 지상의 RTS 파트도 사실상 병력을 마구 모아서 흔히 어택땅이라고 말하는 이동 및 공격 지시를 내리는 것으로 대개 해결되기 때문에 깊이가 얕다고 느껴진다. 던전도 변화가 없는 것은 아니고 더 넓어지는 등의 변화가 있긴 하나 크리쳐 관리 등에 있어서 다소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도 있었다. 또, 던전스4로 처음 시리즈에 입문한 게이머라면 게임 내에서 제공하는 튜토리얼이 다소 부족하다 느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던전 키퍼 스타일의 게임을 찾고 있다면 나름대로 괜찮은 게임이라 볼 수 있지만 가성비적인 측면에서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리뷰를 위해 PS5로 플레이했을 때 주요 조작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는 것은 강점이나 세밀한 조작은 조금 신경을 써야한다. 아무래도 PC의 마우스 조작에 비해 조작이 상대적으로 덜 자유롭다 보니 세세한 부분에서 차이가 날 수 밖에.​ 

 


굉장히 투박한 편이다.

 


 

 

조건희 /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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