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데스다의 새로운 도전, 그 결과는?…폴아웃76   시도는 좋았는데 결과는 아쉬워

2018년 12월 06일 00시 11분 04초


‘엘더스크롤’ 과 ‘폴아웃’ 시리즈로 전 세계 수많은 게이머를 매료시킨 베데스다 게임 스튜디오의 새로운 작품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달 15일 H2 인터렉티브에 의해 국내 정식 발매된 ‘폴아웃76’은 지난 1997년 출시한 1편을 시작으로 지금에 이르기까지 무려 20여 년이 넘도록 세계 각지의 게이머와 비평가의 찬사를 받아온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소재로 한 RPG, 베데스다를 대표하는 간판 프렌차이즈 ‘폴아웃’ 시리즈의 최신작으로 ‘폴아웃4’이후 3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이다.

 

덧붙여 폴아웃76은 지난 2001년 발매한 ‘폴아웃 택틱스’ 이후 17년 만에 정식 한글화로 출시된 기념비적 작품이다. PS4의 한글화 패치는 이달 17일로 예정돼있다.

 

 

 

■ 온라인에 특화된 새로운 플레이 스타일은 인상적

 

폴아웃76은 넘버링의 차별화답게 게임 컨텐츠 구성도 기존의 폴아웃 시리즈와는 전혀 다른 구성으로 만들어졌고 76에서 선보인 이러한 새로운 행보는 기존 시리즈 팬들의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가장 큰 변화는 바로 플레이 시스템의 변경. 시리즈의 가장 전통적인 요소였던 싱글 오프라인 플레이가 사라지고 온라인 멀티플레이 전용 게임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보다 자세히 설명하자면, 물론 타인을 만나지 않고 혼자서 모험을 즐길 수도 있지만 이마저도 온라인 연결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솔로 플레이는 가능하나 인터넷 연결이 없는 오프라인 플레이 자체는 불가능하며 또한 솔로 플레이 시에도 여전히 필드에서 다른 플레이를 만날 수 있고 심지어 게임 내 로봇을 제외한 NPC는 없고 이마저도 전부 실제 플레이어로 이뤄졌다.

 

이렇듯 플레이어 대 플레이어 구성으로 이뤄진 컨텐츠 구성은 기존 작품과 차별화된 색다른 전개로 게이머에게 신선한 재미를 주는 듯했으나, 퀘스트 등의 스토리 컨텐츠 구성으로 볼 때는 오히려 기존 작품들보다 훨씬 즐길 거리가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앞서 언급했듯 NPC의 수가 일부 로봇을 제외하고는 아예 없기에 할 수 있는 퀘스트 수가 터미널 및 노트 등 부가적인 요소를 다 합치더라도 매우 적다. 때문에 스토리상 큰 비중이 있는 굵직한 몇몇 퀘스트를 제외하면 나머지들은 사실상 없는 것이나 다름없을 정도.

 

게다가 전작 폴아웃4의 무려 4배나 되는 광활한 필드에 심지어 동료마저 없어 그 넓은 맵에는 명확한 목표도 없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 채 방황하거나 이미 컨텐츠를 다 즐기고 혹시 모를 여가거리를 찾으러 나선 플레이어들만 가득하다.

 

이러한 이유들로 본 작품은 온라인 RPG보단 생존 게임으로 보는 것이 더 가까울 지경이며 이는 곧 스토리의 부실로 이어졌다. 폴아웃 76의 주요 컨텐츠에 대해선 이후 재차 언급하겠으나 마음 편하게 PVE와 PVP 두 가지만 파고들면 된다.

 

 

 

필자를 포함한 국내외 폴아웃 시리즈의 팬들이 해당 작품에 열광하는 이유는 다름 아니라 타 게임에서 느껴보지 못한 폴아웃만의 분위기, 즉 핵전쟁으로 인해 황폐화된 세기말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요소가 듬뿍인 스토리텔링과 더불어 높은 자유도를 자랑하는 RPG 요소의 결합 때문이다.

 

하지만 76은 이러한 재미를 전혀 살려내지 못했다. 전작에 비해 탐험할 수 있는 필드 규모가 커졌고 플레이어블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옵션이 대폭 늘었다고는 하나 이마저도 위에서 서술했듯 황무지나 다름없다 보니 오히려 이동 반경만 늘어나 불편함만 가중됐다. 대다수의 게임이 맵이 커진 만큼 해당 지역에서 즐길 수 있는 컨텐츠도 비례해 늘어나는 데 반해 76은 역으로 맵은 커지고 즐길 거리는 줄어드는 짜임새를 한 덕분에 맵 규모를 키워도 욕을 먹는 결과를 얻게 됐다.

 

마찬가지로 앞서 언급한 퀘스트의 빈약함도 어우러져 사실상 스토리텔링이 없다시피 하다.

 

인간형 NPC는 모두 죽어 없어졌기 때문에 스토리 진행의 기반인 퀘스트의 수락마저 노트나 홀로테이프를 찾고 보는 게 전부다. 심지어 퀘스트의 동선조차 열에 아홉이 ‘구조 신호나 흔적을 찾음> 가보니 인간은 죽어있고 테이프 기록만 남겨져 있음.’이라는 똑같은 형태를 따라가니 일말의 참신함도, 감동도 여운도 느껴지지 않는다.

 

또 시리즈 팬이라면 금방 눈치챌 수 있겠지만 폴아웃 시리즈의 세계관 및 게임 설정을 무너뜨리는 억지스런 설정들이 존재해 필자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개발자들이 자사의 인기 프랜차이즈 폴아웃 시리즈를 한 번이나마 제대로 즐겨보기나 했는지 의문이다.

 

폴아웃 시리즈 스토리텔링의 우수성은 2편을 이후로 점차 퇴색돼 지난 2008년 출시한 3편을 시작으로 2015년 발매한 4편에 이르기까지 스토리의 보강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하지만 이처럼 이번 76마저 이를 발전시켜 해결하진 못할망정 오히려 이 자체를 거의 삭제시켜버린 수준으로 만들며 쐐기를 박았다. 이 부분은 필자를 포함해 시리즈를 사랑해온 모든 팬들의 비판을 피할 수는 없어 보인다.

 

 

  

■ 엉성한 스토리라인과 일부 시스템은 개선의 여지를 남겨

 

결과적으로 76에서 할 것은 플레이어 대 플레이어간의 대결(PvP)과 플레이어 대 플레이어의 협력 플레이(PvE)만 남게 됐는데 이 부분은 나름 괜찮게 느껴졌다. PvP 밸런스도 발매 초반에는 고인물들의 뉴비 학살이나 무차별 핵공격 등으로 곤혹을 치렀으나 새롭게 도입된 패치로 인해 유저간의 밸런스는 매우 만족스럽게 변화해 PvP로 인해 발생되는 일방적인 학살도 거의 없고 이로 인한 리스크도 적다.

 

하지만 역으로 PvP를 주로 즐기고 싶은 플레이어 입장에선 매우 곤혹스러울 수 있는 점들이 많다.


우선 게임 구조상의 세션 문제인지 PvE, PvP 할 것 없이 유저가 상당수 모이는 것을 잘 볼 수 없고, 만약 대상을 발견했더라도 상대가 PvP에 제대로 응하지 않으면 사실상 킬이 불가능에 가까운 데다 이렇게 해서 PvP로 얻어지는 보상도 폐품 몇 개뿐일 만큼 매우 초라하다. 이렇듯 열심히 PvP를 해봐야 얻어지는 이점이 적기에 사실상 PvP는 폐품수집 컨텐츠나 다를 바 없는 수준으로 전락해버리고 말았다.

 

PvE 부분은 기존 시리즈의 전투 컨텐츠를 혼자가 아닌 플레이어와 협력해 즐기는 것으로 변화한 것이라 상세한 설명은 필요하지 않다고 여겨지나, 몇 가지 아쉬웠던 부분은 존재했고 이 점은 추후 개선의 여지를 남긴다.

 

먼저 무려 20여 년 전부터 지적받아온 베다스다 게임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레벨 디자인이 본 작품에서도 어김없이 나왔다. 이들의 레벨 디자인은 대체적으로 플레이어가 강해지는 것에 비례해 적 또한 이에 상응해 능력치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 오히려 게임 초반보다 중후반을 갈수록 게임이 더 어려워지는 상황에 직면하게 만드는데 76은 이보다 더 심해졌다. 온라인 멀티 기반의 게임이고 여러 명이 함께 적을 상대하니 적을 더 강하게 만들자는 의도 때문인지 몬스터의 체력과 방어력은 기존 시리즈보다 월등히 높아졌으며, 이는 아무리 타 플레이어와 협력을 해서 싸운다고 할지라도 체감상 더욱 죽이기 힘들어진 건 사실이다.

 

또 무성의한 기존 작품의 몬스터 복붙, 레벨업의 속도와 따로 노는 무기 개조 및 강화 등, 몬스터의 스펙 하향 등의 전반적으로 실패한 레벨 디자인의 개선이 시급하다. 또한 광활하며 아름다운 웨스트버지니아의 맵 구현은 매우 인상적이나 대체로 밝은 색감 때문에 핵전쟁 이후의 황폐함이 거의 묻어나지 않아 여러모로 포스트 아포칼립스 분위기를 망치는데 이 부분도 적당히 손을 봤으면 한다.

 

물론 단점만이 존재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전투 시스템 자체는 상당히 만족스럽다. 그럴만한 것이 전투로 많은 호평을 받았던 폴아웃4의 시스템을 그대로 계승했고, 작중 출연하는 몬스터의 수 경우 기존 작품에서의 짜깁기가 대다수지만 본 작품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신규 몬스터를 포함해 그 종류는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많다. 때문에 레벨 벨런스만 제대로 갖춰진다면 PvE 의 재미와 완성도 또한 큰 폭으로 나아질 것으로 생각된다.

 

 

 

또 본 게임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MMO 요소 또한 개선할 부분이 수두룩하다.

 

시리즈 사상 처음으로 기존의 정통성을 버리고 온라인 멀티플레이에 특화된 MMORPG형 게임을 만든 점은 매우 놀라운 일이며 크게 칭찬할 부분이지만, 이에 있어 가장 중요한 유저 간의 매칭과 이를 통한 다중 협력 플레이의 문제점은 조속히 수정돼야만 한다.

 

먼저 필드에서 플레이어를 찾아보기 힘들다. 온라인 서버 구조나 세션이 어떤 식으로 구성됐는지는 필자로서는 알 길이 없지만 출시 초부터 발매 3주가 지난 지금에 이르기까지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다른 플레이어와 마주치는 일이 매우 드물었으며 이마저도 비슷한 레벨 대 비슷한 동선을 탐색하는 유저가 대다수였다.

 

따라서 유저 협동 플레이에 상당한 제약이 따른다. 온라인 멀티 게임이지만 사실상 진행은 대체로 혼자서 하게 되며 막상 유저와 파티 플레이를 한들 이로 인해 얻어지는 이점도 없다.

 

몬스터 리스폰 시스템도 상당히 엉망이다. 저 레벨 유저 구간에 고 레벨 유저가 들어오면 고 레벨 유저에 상응하는 상위 몬스터가 필드에 소환돼 뉴비는 스치기만 해도 비명횡사하는 황당한 경험을 종종 할 수 있고, 반대로 고 레벨 유저가 위치한 곳에 저 레벨 유저가 위치할 경우 주변의 평렙이 큰 폭으로 줄어 아이템 등장 확률이 그만큼 떨어져 전설 등급과 같은 상위 아이템을 파밍 하던 고 레벨 유저의 경우 큰 곤혹감을 느끼게 된다.

 

 

 

요약해 본 게임에서 구현된 온라인 멀티플레이는 서로 만기도 힘들고 막상 서로 만나도 고통받는 매우 이상한 구조. PvP, PvE 할 것 없이 하나같이 엉망진창인 모습이라 사실상 땅에서 폐지 줍고 파밍하고 핵을 날리는 게 전부인 것으로 전락해버렸다.

 

이외에도 폴아웃4에서부터 이어져 온 일부 버그들이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고쳐지지 않은 채 본 작품에 그대로 등장하는 점이나 일부 무기의 PvP, PvE에서의 밸런스 문제, 핵코드 남용 등 다수의 게임 밸런스와 버그 수정도 조속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는 베데스다의 의지와 노력으만 확고하다면 빠른 시일 내 충분히 보완할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필자가 걱정되는 것은 1편부터 이어져 온 설정을 멋대로 박살 내고 뒤집어엎은 부분, 이후 시간이 흘러 새로운 작품이 나올 때 이를 어찌 수습할지 의문이다.

 

베데스다는 지금까지 자신들이 선보였던 게임들과 차별화된 재미를 폴아웃76에서 보여주고 싶었지만, 기존 시리즈를 무시하는 설정파괴와 미흡한 컨텐츠, 불완전한 시스템 등을 보이며 아쉽게도 자사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부디 차기작은 본작의 미비했던 부분의 보완과 기존 자신들의 게임 철학을 집대성해 다시 한번 팬들을 매료시켜줬으면 한다.

 

 

김자운 /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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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포토 / 921,300 12.06-08:36

게임들이 다들 사골이네요... 더 이상 나올 참신함이 없는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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