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M' VR 기기를 사야겠다고 마음먹다   VR 초심자 김기자의 솔직한 체험담

2018년 06월 01일 11시 38분 51초


때는 바야흐로 더워지기 시작한 5월 말, 본 기자는 갑자기, 느닷없이 편집장의 호출을 받게 된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갑의 호출은 을을 긴장시키기 마련. ‘잘 하고 있으니 어쩔 수 없이 월급을 올려 줄 수 밖에 없겠군…’ 뭐 이런 전개라면 매우 행복했겠지만 실제로는 강제로 차에 태워져 어디론가 끌려 간 것이 팩트다. 가면서 뭐라고 부연 설명을 하는 듯 했으나… 당연히 듣지 않았다. 그렇게 본 기자의 EVR 스튜디오 방문은 시작되었다.

 

그리고 들어선 EVR 스튜디오 회의실. 느닷없이 등장한 4명의 남성, 그것도 중년들이 무더기로 들어온다. (뭐야 여기 무서워.)

 

통상적으로 남녀 성 비율이 반반이고… 아무리 여성이 남성에 비해 취업 비율이 다소 낮다고는 하지만 확률적으로 한 명은 여성일 확률이 높다. 그럼에도 그 확률을 지긋이 눌러 주시는 성비에 조금 감동을 받기는 했지만 어쨌든 본인은 월급을 축내는 괴도가 되지는 못하였기에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체험에 앞서 인터뷰 중인 기자

 

뭐 사실 이 일을 하다 보면 ‘우리 께임 무지 재미떠요’ 하는 표현을 많이 듣게 된다. 자기 자식 안 예쁜 부모 없다고 자신들이 만든 게임 자랑도 많이 듣는다. 솔직히 사람을 불러 놓고 ‘우리 게임은 그다지 특징이 없으며 재미를 장담하기도 어렵습니다’ 하고 말하는 게 더 이상하다. 그만큼 그들의 미사여구를 적절히 이해한 채 ‘프로젝트M’의 티져 영상을 일단 감상했다. 

 

‘으흠? 그래픽 괜찮은데?’

 

이것이 기자가 느끼는 프로젝트M의 티저 영상에 대한 매우 솔직한 표현이었다. 처음 티저 영상에서 나오는 최하나를 보면 저절로 이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 '개발하시는 분들이 고생 좀 많이 하셨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만 한 비주얼이기도 하다. 

 

여기에 영상 자체가 프로모션 영상이 아닌, 실제 인게임 화면이라고 하니 관심이 높아졌다. 무엇보다 티저 화면에서 보여지는 캐릭터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상당했다. 

 

사실 고 퀄리티 비주얼은 지금까지 많은 게임에서 봐 왔기에 아주 특별하다고 까지 할 정도는 아니다. 물론 이 정도로 높은 퀄리티라면 그 자체로도 매우 보기 드문 경우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보다는 실제 사람과 비슷한 수준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대박'이라고 할 만 하다. 뭐 그렇다고는 해도 단순히 퀄리티 높은 비주얼을 감상하러 온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냥 만족스러운 영상 하나 본 정도의 느낌이었다. 물론 아직까지는.

 

공개된 티저 영상은 프로젝트M의 등장 캐릭터인 ‘최하나’와 ‘이비’ 의 인터뷰 장면이다. 최하나는 딱 봐도 청순발랄의, 미연시 게임 주인공 같은 스타일이고 이비는 이런 류의 게임에서 성숙미를 발산하는 전형적인 주인공의 라이벌 이미지다(국내 드라마에서 많이 나오는 구도네. 구도야). 두 소녀의 포지션 자체도 청춘 드라마에서 흔하게 나올 법한 그런 스타일이었는데, 최하나는 무려 밴드의 보컬에 이비는 현역 모델이라는 설정이다. 게임 자체가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만큼 나이는 18세.

 

물론 연애 게임에 나오는 소녀들이 공부를 못하는 개성 없는 평범한 소녀이거나, 버스에서 흔하게 마주치는 고등학생 정도의 수준일 리는 없겠지만 일단 시작 허들은 조금 높은 느낌이다. 이 정도면 학교에서는 아이돌급의 명예와 명성을 누릴 만한 수준 아닌가. 결혼 정보업체의 평가로 따진다면 상대는 AAA 등급의 끝판왕인 거다. 

 

 

 

직접 플레이를 해 보다!

 

티저 영상을 감상한 후에는 실제로 프로젝트M의 게임 내 이벤트를 직접 플레이 하는 시간이 진행되었다. 

 

본 기자는 사실 VR이라는 것 자체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었다. 지금까지 저렴한 모바일 VR 기기로만 체험을 잠시 해 본 것이 전부이고, 그만큼 VR이라는 자체에 별로 기대를 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혹 누군가가 ‘게임 웹진 기자라면 VR 정도는 잘 알고 있어야…’ 라고 말한다면 자신 있게 ‘아니오’를 대답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참된 인재라 자부하고 있다.

 

솔직히 현재 제대로 된 VR 헤드셋은 제법 비싼 만큼 당장 살 생각이 없으며, 어차피 사지 않을 바에는 반 강제적으로 기억에서 배제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VR 게임도 크게 기대가 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프로젝트M은 퀄리티가 뛰어나고 귀여운 소녀들이 등장하는 그런 게임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직접 플레이를 해 보기 전까지는 그랬다.

 

직접 체험한 이벤트는 이비의 사진을 찍어주는 단순한 이벤트였다. 일단 카메라를 집고 이걸로 이비가 포즈를 취해 주면 열심히 찍어주는, 매우 간단하면서도 나름 캐릭터 감상의 메리트가 있는 그런 이벤트다. 

 

VR 버전을 플레이 하면서 행동이 달라진 점은 급속히 과묵해졌다는 거다. 일단 보이는 모든 캐릭터와 사물이 3D로 표현된다. 3D 영상 매니아인 기자에게는 사실 이보다 좋을 수 없는 그런 느낌이었다. 

 

그 뿐인가, 게임 내에서 보이는 캐릭터의 크기가 실제 사람 크기에 가깝다. 만약 여성 캐릭터 크기가 작았다면 이러한 감동이 결코 느껴지지 않았을 거다. 8절 크기의 설현 브로마이드와 실등신 판넬을 비교해 본다면? 결과가 뻔히 보이는 거다. 이러한 이유로 게임 속 캐릭터는 현실 여성과 같은 느낌을 강하게 준다.

 

그런데, 뭐랄까... 미래 배경의 SF 영화에서 흔하게 나오는 홀로그램 영상이 보다 구체적으로 보이는 듯한 느낌이다. 이러한 이유는 현재의 VR 기기들이 아직 고 해상도로 영상을 뿌려 주지 못하기 때문에 낮은 해상도로 인한 다운 스케일링이 일어나게 되는 데서 기인한다. 하지만 이건 VR 기기의 문제이지 프로젝트M의 문제는 결코 아니다. 만약 게임에서 제공하는 퀄리티로만 기기에서 구현이 됐다면 본 기자는 아마도 이 기사에 VR 헤드셋의 인증샷을 동봉했을 거다. 

 

기기적 한계로 인해 실제 게임 화면보다 떨어지는 퀄리티의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현재로서도 충분히 감동적이기는 하다. 3D 영상은 주어진 컨텐츠를 일방적으로 감상하는 단방향 컨텐츠지만 VR 게임은 상호작용이 가능한 양방향 컨텐츠이기 때문이다. 또한 각종 센서의 영향으로 실제로 얼굴을 돌리는 방향으로 시점이 바뀌고 앉고 일어서는 동작으로도 보는 높낮이가 달라진다. 

 


 

무엇보다 앞서 설명했듯이 실등신 크기의 캐릭터가 주는 압박감이 상당하다. 예를 들어 이비 옆으로 성큼성큼 다가가(물론 직접 걷지는 않았다. 관련 VR 기기가 있다면 걷는 행동을 직접적으로 제어할 수 있을거다 아마도…) 바로 옆에 서 보면 단순한 게임 속 캐릭터인데도 불구하고 약간의 긴장감이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실제 이성과 비교하면 그 텐션이 상대적으로 약하지만 이는 자신도 모르게 게임 속 이비라는 캐릭터를 어느 정도 이성으로 인식한다는 무언의 표현에 가깝다. 이비가 다가오면 살짝 긴장되고 사진을 찍기 위해 모델로서 포즈를 잡으면 약간의 두근거림이 발생한다. 그렇다. 이건 바로 ‘썸’의 초기 증상이다. ‘내가 게임 속 캐릭터와 썸을 타려고 체험을 시작했나’ 하는 자괴감도 들지만 어쨌든 이 게임은 게임 속 캐릭터를 이성으로 인식시키고 나아가 묘한 감정선을 건드리는데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이 정도면 정말 잘 만들었다. 적어도 지금까지 해 온 연애 관련 게임들 중에서는 감정과 반응, 표정이 확실하다. 물론 이는 양방향 상호 작용이 가능한 VR이기에 가능한 것도 있겠지만 이게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특히나 사람의 취향이 제각각인 만큼 최대한 범용적인 스타일로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이번에 체험한 이벤트가 사진찍기 정도여서 그렇지(물론 그렇다고 심한 노출이 있는 것은 아니다. 생각하라, 어쨌든 이들은 고등학생이다. 무언가 정서적 기준에 어긋나는 생각은 하지 않도록 한다) 러브러브가 물씬 풍기는 이벤트였다면 느껴지는 감정의 스펙트럼은 훨씬 다양했을 것이다. 어쩌면 중년 남성이 그득한 회의실에서 혼자 히죽거라는 광경을 연출했을 지도…

 

여기에 실제 사람처럼 행동하는 캐릭터의 풍부하면서도 자연스러운 모션은 사실성을 더욱 높여 준다. 사실 이번 체험은 일단 ‘사진 찍는 것’ 이 주된 목표였기 때문에 사진기를 들고 캐릭터를 찍는 것 이 외에는 없었지만, 이러한 과정을 통해 VR 게임의 다양한 기능을 체험하고 덤으로 이비의 매력을 발산하고자 하는 제작진의 진실된 의도가 분명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참된 의도는 이미 안드로메다로 사라진 지 오래. 더 가까이 가서 캐릭터를 관찰하고 이것 저것 구경도 해 보고 싶었지만 참았다.

 

 

 

이는 본 기자가 지극히 공명정대한, 양판소 무협 소설에 흔하게 등장하는 매우 정의로운 캐릭터였기 때문은 절대 아니다. 시야에는 이비가 웃음짓고 있지만 외부에서는 기자의 시점으로 표현된 영상을 매의 눈으로 보고 있는 다수의 중년 집단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러한 만큼 플레이를 함에 있어 상당히 바람직한 방향의 플레이가 강제되었고, 이는 게임에 빠져드는 감정을 조금이나마 제어하는 역할을 했다. 

 

아마도 집에서 혼자 하는 플레이였다면 게임의 몰입도는 훨씬 높았을 것 같다. 더불어 게임 속 이비와 연계되는 감정 역시 훨씬 강하게 느껴졌을 것 같다. 제대로 된 VR 게임을 처음 체험하는 입장이다 보니 이러한 감정이 보다 과장된 측면도 있겠지만 그러한 점을 배제하더라도 분명 연애 기반 VR 게임은 그 파장이 매우 강한 느낌이었다. 게임을 하면서 현재 여유 자금이 얼마인지를 자연스럽게 생각하고 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실제 플레이 타임은 5분 남짓이었는데 풀 버전을 플레이 한다면 만족감이 얼마나 높아질까 하는 생각도 자연스럽게 들게 된다. VR 연애 게임을 안 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해 본 사람은 없을 것 같은 무서운 생각이 머리를 든다.

 

플레이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간단히 설명한다면, 원래 기자의 이상형은 이비 보다는 최하나 쪽에 가까운 편이었는데, 단 5분을 플레이 한 것 만으로 취향이 변했다. 이는 단 5분의 플레이가 캐릭터의 호감도에 영향을 주었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연애를 기반으로 한 게임에서 중요한 것이 여성 캐릭터의 매력과 사실성이라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적어도 프로젝트M에서 공개된 2명의 여성 캐릭터는(총 등장 여성 캐릭터는 3명이다) 충분히 매력적이고 사실적이라고 생각해도 된다. 

 

행동이나 말투도 여성적이어서 감정 이입이 깨지는 일도 없다. 과거 국내 미연시 게임 중 ‘스O드O’ 라는, 제법 매력적인 캐릭터가 등장하는 게임이 있었다. 문제는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들이 매우 네이티브한 남성 말투에 문어체를 쓴다는 점이었는데, 덕분에 감정이 잡히려 하다가도 자연스럽게 현실로 돌아올 수 있었다. 프로젝트M은 이런 문제 없이 게임에 몰두 할 수 있다는 거다. 성우들의 목소리 매칭도 적당하다. 

 


 

개인적으로 수정 되었으면 하는 부분은 있다. 게임 내에서 사용하는 말투가 구어체는 맞지만 이것이 완벽한 구어체가 아니라 일명 게임에서 많이 사용되는 ‘구어체 식 문어체’ 라는 점이다. 이러한 문체는 텍스트 상으로는 별로 티가 나지 않지만 성우의 음성이 추가될 경우 확실히 어색한 느낌이 들기 마련이다. 

 

예를 들면, ‘나는 어제 친구 집에 갔었어’ 는 문어체고 ‘어제 친구 집 갔어’가 구어체 식 문어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구어체는? ‘친구네 갔어’가 된다. 구어체의 대표적인 것이 바로 방송 대본이다. 구어체는 불필요한 단어 없이 핵심만 나열한다. 문어체로 장황하게 설명하는 대화가 구어체로는 단 두 세 마디로 정리된다. 

 

사실 프로젝트M은 캐릭터의 외모, 자연스러운 모션 등 갖출 건 다 갖춘 느낌이다. 본인에게 달달한 느낌을 선사했다면 절반은 성공했다고 봐도 된다. 그런데 구어체 식 문어체가 많이 사용되다 보니 간간히 흐름이 깨지는 느낌이 든다. 

 

이번에 진행한 이벤트에서는 오직 텍스트 선택 형 선택 시스템만 확인이 가능했는데, VR의 기능을 살려 걸어가면서 손을 잡는다던가 머리를 쓰다듬는 등의 행동에 따라 선택이 결정되는 요소들이 들어가도 잘 어울릴 것 같은 생각이다. 또 ‘좋아’, ‘아니’ 등 단순한 단어를 실제 말로 해서 전달되는 방식도 몰입도를 더욱 높여 줄 것 같기도 하다. 스마트폰에 별도의 프로그램을 깔아 문자가 오는 것 처럼 하는 것도 괜찮을 듯 싶고…

 

아마 게임을 즐겨 보면 기자처럼 무궁무진한 아이디어가 떠오르게 될 거다. 그만큼 기대를 크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 뭐 현재 상당히 일부 시스템과 이벤트만 공개된 상태인 만큼 이미 이런 시스템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이건 게임의 문제이기 보다 VR 기기의 문제가 더 큰데, 앞서 언급했듯이 VR 헤드셋 화면에서는 저 해상도의 영상이 출력되는 만큼 게임을 즐기는 내내 티저 영상에서 보는 고 해상도의 멋진 비주얼을 감상할 수 없다. 뭔가 참 아이러니한 부분이라 할 수 있는데 이것은 분명 장점이 되면서도 단점이 된다. 높은 퀄리티의 캐릭터는 분명 게이머들의 이목을 끌기 수월하지만 그만큼 VR 플레이를 하게 되면 그 차이에서 오는 괴리감이 생기게 된다. 물론 지금도 만족스럽지만 이미 눈이 높아진 상황에서는 감동의 다운그레이드가 이루어질 확률이 높다.

 


사진찍기에 충실했습니다

 

그래서…

 

본 기자는 이렇게 결심했다. 아직 발매까지는 몇 개월의 시간이 남아 있으니 ‘발매 3개월 전부터 아껴서 돈을 모으자’ 라고… 아마 프로젝트M을 체험해 본다면 많은 이들이 VR 기기의 구입을 고려해 보지 않을까 싶다. 장르에 따른 보편성은 떨어지지만 타깃층에게는 상당히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단, 가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분명 구입 시 충분한 고려가 필요하다. 물론 이 게임은 매우 건전하고 호환 마마보다 무서운 요소도 없지만 어머님이나 마나님이 보시기에 ‘이런 미X’ 하는 말이 나올 수 있는 오해의 소지도 있기 때문이다.

 

프로젝트M은 VR 게임이라는 현실 상 스크린 샷이나 텍스트로 그 느낌을 알릴 수 없다.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해 보는 거다. 혹 최신 버전의 VR 체험판 버전이 출시된다면 꼭 해보기를 권한다. 물론 이전 프로토 버전은 어느 정도 참고가 될 수 있겠지만 새로운 버전에 비해 만족감이 떨어진다. 

 

 

김은태 /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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