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력 싸움 RPG '아키에이지 비긴즈'   이름답게 시작부터

2017년 11월 08일 12시 42분 38초


'아키에이지 비긴즈'는 해외 64개국에서 지금도 서비스 중인 글로벌 IP 원작 '아키에이지'를 기반으로 개발된 게임빌의 신작이다. 원작의 국내 서비스 상황을 차치하더라도 자유도 높은 3D MMORPG를 구현해 호평을 받아 드높았던 IP 인지도로 사전예약부터 어떤 작품이 될 지 관심이 집중됐다.

 

세월의 돌, 룬의 아이들 등을 집필한 '전민희 작가'가 참여한 아키에이지 연대기의 탄탄한 스토리와 세계관을 반영해 온라인 게임인 원작으로부터 약 2천년 전, 최초의 원정대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에 플레이어들은 아키에이지 비긴즈에서 진과 키프로사를 비롯해 타양, 오키드나 등을 직접 수집하고 육성할 수 있다.

 

특히, 언리얼 엔진4를 사용한 본 작품은 개발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기술 협력을 진행, 아키에이지 비긴즈의 게임 기능을 강화한 불칸(Vulkan) 기술을 적용해 그래픽 품질의 향상을 꾀했다. 이로 인해 차세대 표준 그래픽 API로 이 기술을 지원하는 갤럭시노트8, 갤럭시S8, 갤럭시S8 플러스 등의 삼성 플래그십 스마트폰에서 플레이할 때 아키에이지 비긴즈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그래픽 품질을 즐길 수 있다.

 

 


■ 최초의 원정대 이야기

 

아키에이지 시대로부터 2000년 전에 등장한 최초의 원정대를 다룬 이야기이니 원작을 플레이했던 사람이라면 익숙할 이름을 가진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원작의 공식 일러스트와는 다소 다른 복장이나 특정 부위가 두드러지게 달라진 캐릭터들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원작에서 자세히 다루지 않은 과거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직접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좋은 인상을 남긴다. 다만 전민희 작가 특유의 작풍을 게임적인 연출에서 느끼기는 조금 어렵다는 점이 작가의 팬들에게는 아쉬움이 될 것.

 

PC 원작 아키에이지에서도 언급됐던 캐릭터들의 과거 모습이나 이야기들이 궁금했고, 전민희 작가 블로그에 공개됐던 전나무와 매 등의 단편들 외의 이야기를 갈망할 정도일 경우 아키에이지 비긴즈의 스토리 라인이 그 갈증을 채워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중간 옵션을 적용하면 이 정도의 그래픽이 나온다.

 

■ 수시로 체크, 플립형 전투 방식

 

아키에이지 비긴즈는 플립형 전투 방식을 채택했다. 기본적인 전투는 캐릭터들이 알아서 자동으로 진행하지만 플레이어가 우측 하단에 표시되는 파티원의 스킬 카드를 눌러 표시된 1, 2, 3번 중 한 대상에게로 플립하는 방식이다. 스킬을 눌렀을 때 대상이 1, 2, 3까지만 나타나므로 다수의 적이 등장할 때는 원하는 적을 플립만으로 선택하기 힘들기도 하다. 이를 감안해 원하는 대상을 선택한 상태에서 터치로 스킬을 사용하는 방식도 동시에 적용되어 있다. 플립 조작만으로는 대상이 한 웨이브에서도 수시로 바뀌곤 해서 정신줄을 놓고 처음 선택한 숫자 방향으로 계속 플립을 하다보면 이놈저놈에게 스킬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게 된다.

 

예외로 레이드 모드에서는 플레이어가 직접 캐릭터의 움직임과 스킬을 모두 담당한다. 아무래도 RPG에서의 레이드라면 다수의 플레이어가 함께 보스의 패턴을 피하며 처치한다는 느낌이 강한데, 아키에이지 비긴즈에서도 그런 느낌을 즐길 수 있다. 다만 아직 시스템상의 문제도 있고, 개인의 조작감을 위해 UI 크기 변경은 필요해보이기도.

 

각 스테이지 전투에서는 클래스 조합이 꽤 중요하다. 특정 스테이지에서는 전투력을 근소하게 따라잡거나 특정 클래스의 스킬이 없다면 말 그대로 지옥행 급행열차를 스태미너까지 바쳐서 탑승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니 스테이지 입장 전에는 반드시 해당 스테이지의 적정 전투력과 클래스 추천을 확인하고 입장하도록 하자.

 


 


​플립 스킬을 사용할 때는 화면이 어두워지며 슬로모션으로 돌입


■ 캐릭터의 수 적으나…….

 

아키에이지 비긴즈에 등장하는 캐릭터 수는 원작에서 볼 수 있었던 32종으로 수집형 MORPG라기에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물론 이보다도 더 적은 수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경우도 있지만 최초의 원정대에 속하는 진을 비롯한 일련의 인물들을 포함해 전적으로 섹시함을 내세우는 캐서린 등을 포함하더라도 그리 많은 수는 아니다. 캐릭터 별로 특성 직업군이 나뉘어 있는데, 기사나 암살자 등의 직업군이 모두 동일한 숫자의 영웅을 보유한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암살자 선택권에서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는 암살자의 수는 꽤 다양한 편이지만 기사 선택권에서는 세 종류의 캐릭터만 선택 가능하다.

 

 

 

그래도 캐릭터들의 역할 분담은 꽤나 적절하다. 회복을 담당하는 힐러나 공격을 담당하는 딜러 계열, 적을 도발해 팀에게 향하는 공격들을 받아내는 탱커 등 확실한 역할분담이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특수 클래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출발선이 다른 희귀 영웅도 존재. 물론 희귀 영웅이 없다고 해서 플레이어가 영영 진행을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연히 PVP 컨텐츠에서는 뒤쳐지기 마련이고, PVE에서도 뒤쳐지기 쉽다. 이유는 육성 시스템과 연관되어 있다.

 

적은 수의 캐릭터가 있어도 각각의 캐릭터가 가진 개성이 뛰어나거나, 이것저것 수집해 육성하고 캐릭터를 굴리는 맛이 있다면 아무리 플레이어의 지갑을 노려도 매력을 느끼는 기성작들이 있기 마련인데 아키에이지 비긴즈는 비록 초반부의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그 각각의 캐릭터를 육성하는 단계에서부터 가로막는다. 바로 캐릭터들의 레벨 이외에 각종 기능을 오픈하는 기준이 되는 플레이어 레벨의 일종, '원정대 레벨'이 있어서 그렇다.

 


​가득 찬 상태로 오르지 않는 경험치

 

아키에이지 비긴즈에서의 캐릭터 레벨 시스템은 바로 이 원정대 레벨 이상으로 상승할 수 없다는 점으로 인해 플레이어를 스토리인 '사가' 진행 도중 턱턱 막히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후술할 전투력과 관련된 문제이기도 한데, 일일 퀘스트를 진행하면서 많은 양의 경험치를 획득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렇게 해서 원정대의 레벨이 오르기 전까지는 영웅들의 레벨 경험치가 가득 찬 상태에서 무의미하게 경험치가 버려지는 일이 잦다. 다른 영웅을 또 육성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이야 쉽지, 초반에 플레이어가 보유할 수 있는 보편적인 수는 여섯 명 언저리이며, 초반부 레벨업이 굉장히 빨라 경험치 스톱이 매우 빠르다. 안 그래도 스태미너가 있어서 플레이 횟수에 제약이 있는 작품인데 경험치마저 무의미하게 던져버린다는 것은 그나마 있는 자원도 낭비한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결국 아키에이지 비긴즈는 캐릭터의 종류가 적으면서 수집형 MORPG 치고는 육성하는 속도도 초반에는 굉장히 더딘 편이며, 이로 인해 원활한 스토리 진행이 이루어지기보다는 정체 구간이 많아지는 형태의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그래픽 ​옵션을 상급으로 올렸다.

 

■ 가파른 전투력 상승 곡선

 

아키에이지 비긴즈의 문제점 중 하나라고 짚을 수 있는 것이 본 작품에서의 강함의 척도라고 할 수 있는 전투력에 있다. 플레이 초반 스토리 모드인 사가의 1-6 스테이지까지는 이 문제를 별로 느끼지 못하지만 이후 1-8 즈음에는 갑자기 난이도가 뛴 것을 느끼게 된다. 각 스테이지에 마련된 클래스 요건이나 전투력을 맞추지 못했을 때 이런 일이 발생하는데 아키에이지 비긴즈는 상대적으로 빨리 이런 장벽을 마주하게 된다. 200정도의 차이라면 그래도 긴 시간 전투를 진행하며 버티기를 통해 1~2성 클리어가 가능한 수준이지만 한 400 정도의 수치만 차이가 나더라도 끔찍하게 파티가 전멸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전투력은 캐릭터의 레벨업을 포함해 장비를 제작한 후 장착하고 강화하는 행위, 룬을 장착하고 강화하는 행위, 꾸밈옷을 수집하는 행위 등으로 상승한다. 여기서 눈치챌 수 있겠지만 꾸밈옷은 일종의 스킨 같은 느낌으로 차라리 스킨만 있다면 모르겠지만 각 스킨에 붙은 스탯이 '모두' 적용되므로 꾸밈옷이 많은 플레이어는 그만큼 해당 캐릭터에 더 강한 힘을 불어넣을 수 있다.

 


그래도 모든 단계에서 획득은 가능

 

헌데 본 작품에서 캐릭터의 개별 레벨 상승은 어느 정도 적당하다고 느낄 수 있는 수준이지만 원정대 레벨업이 비슷한 속도로 받쳐주지 않으면 무의미하게 경험치를 허공에 내던지게 되고, 이로 인해 전투력 상승이 막힌다. 스테이지 클리어를 위해서는 전투력을 상승시켜야 하고 장비 장착과 강화를 통해 전투력을 올릴 수 있지만 이것도 캐릭터의 레벨 이상으로 장비가 강화되지는 않으며, 룬을 통해 세트 효과를 노린다고 하더라도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스킬을 올리자니, 하나하나 올릴 때마다 재료의 압박이 어마어마하다. 특히 각각의 캐릭터마다 들어가는 스킬용 재료가 달라서 이리 튀었다 저리 튀었다 하면서 각종 컨텐츠에서 재료를 긁어모아야 한다. 원정대 레벨이 잘 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높은 전투력을 따라가기란 꽤 어렵다.

 

물론 그런 모으는 과정들 역시 RPG의 재미가 될 수 있고, 그것을 부정할 생각도 별로 없지만 아예 첫 번째 특성을 올릴 때부터 이런 작업들을 해야만 한다는 점이 문제다. 그리고 이 문제는 다른 캐릭터들을 육성하려고 할 때도 동일하게 적용되니 어떻게 보면 레벨업보다도 더 오래 걸리는 작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지만 이 문제들을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요. 아시죠?

 


​패키지탭 무엇?

 

■ 존재 이유가 궁금한 시스템

 

일부 시스템은 존재 이유가 궁금할 지경인 경우도 있다. 원작의 자유도 요소 중 하나였던 하우징 시스템도 있지만 간단한 미니게임인데다 자동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메리트를 느끼기 어렵고, 집을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서도 많은 수의 재료가 필요하다. 그래도 하우징 시스템은 약과에 속한다.

 

꽤 손이 가는 귀찮은 작업인 캐릭터들의 장비 강화 시스템의 귀찮음을 치워줄 자동 강화 시스템은 여타 작품들에서도 많이 봤을 것이다. 한 번 누르면 강화 가능한 모든 장비가 강화되는 바로 그 시스템이 아키에이지 비긴즈에도 존재하는데, 이게 약간 애매하게 작동한다. 한 번 눌러서 모든 장비가 강화되는 것은 맞지만 하나하나 장비를 누르고 최대 강화를 하고, 다음 장비를 누르고 최대 강화를 하는 과정을 천천히 보여준다. 그야말로 직접 강화하거나 아주 손을 못 대는 상황에 쓰라는 소리.

 

시스템 부분 외에도 각종 컨텐츠에 처음 진입하면 팝업되는 해당 컨텐츠 관련 패키지를 비롯해 상점에는 이제 출시된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작품이 패키지를 가득 채운 탭만 네 개나 준비하고 있다. 음…….

 


차라리 내가 한다

 

아키에이지 비긴즈는 출시 전부터 관심을 끌었던 작품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도 전민희 작가가 참여해 빚어진 아키에이지 연대기의 2000년 전 이야기를 다뤄 흥미를 돋궜다. 그런데, 짜잔!

 

본 작품은 정말로 최초의 원정대 관련 스토리가 궁금하거나, 플립 시스템을 접목한 전투가, 그리고 아키에이지를 너무 사랑해서 모바일에서도 즐기고 싶은 플레이에게는 추천할 수 있지만 기존의 스마트 플랫폼 RPG들의 시스템에 지친 플레이어에게는 감히 추천하기가 꺼려지는 작품이다. 그래도 플립 전투 시스템은 수시로 플레이어가 번호 대상을 확인해야 한다는 점에서 전투를 완전히 방치하는 느낌이 아니라 조금은 좋은 느낌이었고, 각 스테이지에서 요구하는 조합을 충족할 수 있다면 해당 조합을 맞춰 스테이지를 돌파하는 맛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조건희 /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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