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참 낯설지? ‘시드마이어의 문명6’   변화가 호불호 일으켜

2016년 11월 30일 23시 34분 36초


10월 21일. ‘문명하셨습니다’, ‘옥수수 외교’ 등의 유행어를 탄생시킨 2K 게임즈 ‘시드마이어의 문명5’가 출시된 후 6년 만에 ‘시드마이어의 문명6(이하 문명6)’이 출시됐다.

 

세계적으로 3,400만 이상의 판매고를 이룬 전략게임 문명 시리즈의 최신작인 문명6은 플레이어가 각 국가의 지도자가 되어 각 시대를 거치며 기술과 문화, 종교와 외교 등 다방면에서 전략적 선택을 하게 되는 작품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각각의 도시가 여러 타일로 나뉘어 건설되는 도시 분할 시스템이 도입되고, 스파이 유닛의 활용을 통한 첩보 플레이, 다른 종교와 경쟁해 포교해나가며 분투하는 종교 시스템 등 전작과 다른 새로움을 보여주는 요소들이 많이 준비되어 있다.

 

전작을 즐겼던 사람이라면 문명6은 꽤 낯선 인상을 줄 것이다. 가장 큰 이유로는 ‘카툰풍’으로 변화된 그래픽을 꼽을 수 있다. 이에 더해 게임의 전체적 색감도 12월 서비스 종료가 예정된 문명 온라인과 비슷한 색감으로 변경되어 전작에 비해 만화적이고 포근한, 그리고 아기자기한 느낌을 주는 비주얼이 된 것.

 

이런 변화는 지도나 유닛뿐만 아니라 지도자 비주얼에도 영향을 미쳐 전작과 같은 비주얼을 선호했다면 다소 아쉬운 입맛을 다시게 될지도 모르겠다. 사실상 서로 방향성이 크게 다른 느낌이라 호불호가 크게 갈릴 수 있는 사항이기도 하다. 구름으로 가려지던 미 발견 및 시야 밖 지역이 지도 형태로 표현되어 시각적으론 더욱 만족스러운 형태를 취하게 됐다.

 

 

 

■ 네 가지…아니 다섯 가지 승리법

 

문명6에서 플레이어가 승리할 수 있는 조건은 총 다섯 가지로 ‘지배승리’, ‘과학승리’, ‘문화승리’, ‘종교승리’, ‘일반승리’가 그 조건들이다.

일반승리는 알다시피 최종 턴까지 진행해 점수가 더 높은 문명이 승리하는 방식이라 가장 긴 플레이타임을 가지게 되는 조건이다. 다만 이번 작품에는 다양한 요소들이 게임 진행 속도를 가속화하는 경향이 있어 일반승리의 경우도 전작에 비해 빠르게 달성할 수 있는 편이다. 조건이 많이 넉넉해졌다고도 볼 수 있다.

 

지배 승리는 모든 문명의 수도를 점령하는 방식이다. 일반승리가 전작보다 시간을 덜 잡아먹는 것과는 달리 지배승리의 경우 전투 메커니즘의 변경 등으로 오히려 전작보다 어려운 승리조건이 됐다. 가령, 전작의 경우 전투가 벌어졌을 때 도시 중심지만 열심히 지키면 도시 기능 복구가 쉬운 편이었던 것에 비해 도시 중심부 기능을 분담하는 12종류의 지구가 등장하고, 건설자 유닛의 건설 횟수가 정해져있어 자칫하면 보수에만 지나친 시간을 들일 수도 있게 되니 수비전이나 점령전이 조금 더 어려워진 셈이다.

 

과학승리는 현실적인 방향으로 스케일 타협이 이루어졌다. 이번 작품에서 우리는 화성을 목표로 과학 발전을 이루어나가게 된다. 플레이어는 과학승리를 이루기 위해 특수지구인 우주공항을 건설한 후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게 되는데,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화성을 향해 주거, 수경재배, 발전 모듈을 모두 발사해 승리를 거머쥐는 방식이다. 달랑 우주선만 보내버리고 끝나는 것에 비해서는 목표 지점이나 개척을 위한 발사체가 늘어나는 등 현실성이 보다 향상된 감이 있다.

 

문화승리는 관광점수와 관광액을 일정 수치 이상 향상시키면 승리하는 조건이다. 관광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각 타일에 적용되는 매력 수치가 존재하며 국립공원의 조성, 유물 발굴 등 다양한 요소들을 적극 활용해 문화 부흥을 일궈내는 방식.

 

종교승리는 조금 아쉬운 감이 있다. 기껏 20가지 종교관이나 전작의 모든 종교에 더한 별자리 신생 종교 등장, 신규 불가사의 능력과 종교의 강화, 사도와 전도사의 영적 전투 등 여러 컨텐츠들을 마련해놓았지만 그 수심이 너무 얕은 것이 흠이다. 앞서 언급한 사도의 가공할 위력이 AI 수준과 어우러져 난이도를 크게 낮춰버리기에 손쉬운 승리를 따낼 수 있다는 것 역시 문제다.

 

다행히 새로운 조건임에도 아쉬움을 자아냈던 종교 승리의 경우 지난 18일에 이루어진 첫 공식 패치를 통해 종교 유닛의 비용 증가 등이 이루어져 그나마 이전보다는 미미하게나마 나아진 밸런스를 갖게 됐다.

 

 

 

■ 수많은 선택지가 중요

 

문명6이 전작과 비교하면 굉장히 유동적으로 변하면서 자연스레 게임의 흐름도 플레이어가 매순간 적절한 판단을 내리도록 유도하는 방식이 됐다. 이런 의도는 게임 내 시스템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지난 작품인 문명5가 간소화한 게임 플레이 스타일로 보다 많은 게이머를 포용했던 것과 달리 이번 작품에서는 플레이어의 적절한 선택이 매우 중요한 사안으로 떠오른다. 따라서 다양한 선택이 가능한 정책과 정부 시스템 등으로 게이머의 선택지를 늘려주는 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이와 함께 이번 작품에서 새로이 추가되어 문명6 게임 플레이의 핵심을 차지하고 있는 유레카와 영감 시스템으로 인해 플레이어는 보다 계획적으로 도시 발전 계획을 세워가야 하고, 기술 발전 계획도 적절하게 짜지 않으면 곤란을 겪게 된다. 물론 이런 변화들이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 것만은 아니다. 새로운 시스템들을 소개하며 조금 더 이야기해보자.

 

■ 정책과 정부, 그리고 유레카와 영감

 

일종의 기술 연구 확장판이라는 느낌을 주는 ‘정책 트리’가 새롭게 등장했다. 문화를 쌓아서  정책을 발전시키면서 새로 도입 가능한 정책 카드를 획득하고, 이 정책 카드를 세팅해 보다 능동적인 문명의 발전을 노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들 중 특정 정책의 경우 정부 체제를 열어주기도 한다. 정책 트리에 세팅할 수 있는 정책 카드들은 군사, 경제, 외교, 위인의 네 종류 속성을 가지고 있으며 트리에 세팅한 후 교체하는 경우 별도의 골드를 소모하게 된다. 상황과 필요에 맞는 정책 트리 세팅을 연구하는 것은 나름대로 재미있는 경험이다.

 

정부 시스템은 문명3을 플레이했던 사람이라면 반가울 수 있는 복각 시스템이다. 전작에서 이념으로 분류됐던 시스템이 문명3에서 등장했던 정부 시스템을 개량한 형태로 탑재된 것이라 볼 수 있는데, 게임 초반 족장사회에서 시작해 점점 다양한 정부 유형을 설정할 있다. 당연하게도 각각의 정부를 선택하면 고유한 보너스를 받을 수 있다. 정부를 바꾸는 행위도 전작과는 달라졌다. 정부 변경 시 무정부 상태에 빠지지는 않지만 바꿨던 정부를 이전의 형태로 되돌린다면 시민의 불만을 얻게 되고, 이런 잦은 교체를 견제하기 위한 ‘정부 유산’이라는 보너스 요소를 넣어 밸런스를 잡았다.

 

미션형 시스템 유레카와 발전 부스팅의 역할을 하는 영감 시스템은 문명6의 호불호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문명6에서는 플레이 도중 트리거 형식으로 유레카 조건을 제시한다. 여기서 제시하는 조건만 잘 충족하면 과학 발전이 비약적으로 빠르게 이루어지는데, 요구하는 조건도 어렵지 않고 활용하지 않으면 오히려 너무 힘들어진다는 것이 유레카 시스템 이용을 강요하는 것 같은 꼴이다. 반면 AI의 경우는 발전이 빠른 유레카 시스템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 같지 않다는 점이 문제. 더 나아가 발전이 너무 빠르게 이루어져 하나의 시대에서 뭔가를 해보기도 전에 다음 시대로 넘어가버리는 경우도 잦다.

 

 

 

■ 흥미로운 멀티플레이

 

멀티플레이는 보다 흥미롭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발전한 모습을 보인다. 싱글플레이 스타일을 그대로 다인플레이로 옮겨왔던 전작에서의 멀티플레이와는 달리 특별 시나리오를 제공하면서 그 시나리오에 맞는 목적을 제시해 서로 경쟁해나가는 구도를 만들어낸다. 특정 시대 구간에서 종교를 널리 퍼뜨리거나 발전을 경쟁하는 등 풀 사이즈 게임과 다르게 빠르고 재미있게 즐기고 손을 놓을 수 있는 유연성이 증가했다.

 

물론 그렇다고 전작에서 지원하던 풀 사이즈 게임 방식을 삭제한 것도 아니기에, 장기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 시간이 된다면 문명6의 멀티플레이에서도 긴 플레이타임을 가지는 풀 사이즈 멀티플레이를 즐기는 것이 가능하다.

 

한편, 지난 18일 진행된 첫 번째 패치를 통해 한 게임에 최대 12인이 모여 플레이를 할 수 있게 됐다.

 

 

 

■ 문명에도 유레카가 필요해

 

문명6은 분명 보다 심층적인 플레이 경험을 선사하는 작품으로 성장해 나타났지만 여전히 발전을 도모할 필요가 있는 문제점들이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총체적 난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AI의 상태를 꼽을 수 있고, 그 다음으로는 앞서 언급한 유레카 및 영감 시스템의 적당한 밸런싱 정도일까.

 

AI 문제가 가장 치명적이다. 군사 방면에서는 상위 유닛으로의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아 야만인보다 약한 문명들이 속출하곤 하고, 선전포고를 날려놓고는 전투 병력을 투입하지 않는다거나, 병과에 맞는 움직임을 보여주지 않아 높은 난이도에서도 많이 아쉬운 군사 AI 수준을 보여준다는 부분이 크다.

 

과학 방면에서는 새로운 부스팅 시스템 유레카, 영감을 이용하지 못하는 것인지 조금 진행하다보면 플레이어와 AI의 과학 격차가 크게 벌어져버려 압도적인 차이를 유발하곤 한다. 플레이어와 AI가 반대 상황이었어도 문제 여지가 있기야 하겠지만 현 상태로는 플레이어가 조금만 게임에 익숙해져도 압도적으로 유리한 상황이라는 것.

 

종교 방면에서는 새로운 승리 조건으로 종교가 대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처참한 결과물을 보여주고 있다. 새로이 추가된 종교 계열 상위 유닛인 ‘사도’를 통한 종교 전파를 AI는 끊임없이 구사하고 이를 막기가 힘든 편이나 반대로 플레이어가 사도를 투입해 성도에 종교를 전파하면 그 시점에서부터 AI는 종교패배 상태가 되어 어떠한 종교적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 허수아비가 된다. 이외에도 특정 도시로만 종교적인 공격을 해온다는 것으로 미루어 굉장히 허술한 AI 수준을 엿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언급할 외교 방면 역시 처참하기는 매한가지다. 문명6에서는 각 문명에 부여된 고정적인 ‘안건’과 게임 시작과 함께 부여되는 안건이 존재하는데, 이 안건에 따라 각 문명의 적대 및 우호관계가 고정된다. 따라서 필연적으로 특정 문명과는 시작하자마자 적대 관계에 놓여버리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시작과 함께 문제가 발생하는 것까지는 관계를 수복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수복이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아예 처음부터 우호적이지 않은 상태의 문명이 등장하거나 관계 개선이 매우 힘든 것이 부지기수다. 친해진 문명이라도 자국 안건을 위반하면 곧장 플레이어를 비난하기 일쑤.

 

분명 더 나아지고 심도 깊은 플레이를 가능케 한 문명6이지만 아직까지는 전체적인 AI나 시스템을 손보아야할 부분이 많다. 문명6 개발팀에도 유레카와 영감 시스템의 혜택을 부여해야할지도 모르겠다.

 

조건희 /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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